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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까지 갔다가 허탕… 요르단으로 급히 발길 돌렸지만 막막”

열려라 에바다 2023. 10. 12. 08:35

“공항까지 갔다가 허탕… 요르단으로 급히 발길 돌렸지만 막막”

순례 가이드 이동환씨가 전하는 ‘이스라엘 탈출기’

  • 기사입력 2023.10.12 03:01
  • 최종수정 2023.10.12 06:10
  • 기자명김아영 장창일 이현성


이스라엘 성지순례팀을 태운 차량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요르단으로 향하는 벳샨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동환씨 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면전 양상에 시리아 등 주변국까지 가세하면서 이스라엘 성지순례객의 안전한 귀국이 시급해졌다. 갑작스럽게 전쟁이 발발하면서 항공편 결항이나 매진으로 이스라엘에 발이 묶인 순례객 등 한국인 200여명이 다양한 방법으로 귀국행을 모색하고 있다.

목회자와 사모 등으로 구성된 20명의 성지순례팀을 인솔 중인 가이드 이동환씨는 11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순례팀 모두가 이스라엘 탈출기를 직접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인솔하는 팀은 10일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을 떠나는 항공편에 잔여 좌석이 있단 소식을 접하고 일정을 하루 앞당겨 출국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동 중 항공편이 만석이 됐다는 연락을 받은 뒤 다시 차량으로 한 시간 거리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저녁 대한항공 출국편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잔여 좌석이 없을 가능성이 커 안전한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해 새로운 출국편을 찾기로 했다. 성지순례팀은 이날 새벽 오전 유일하게 열려있는 이스라엘 국경인 갈릴리호수 남단 벳샨국경으로 출발했다.

이씨는 “원래 예루살렘에서 암만을 갈 때는 알렌비국경을 넘는 게 지름길이지만, 현재 국경이 모두 닫혀 벳샨국경이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이 국경을 통하면 평소 요르단 암만까지 5시간 남짓 걸렸지만 국경에 차가 몰리면 도착 시각을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만에 도착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이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 좌석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귀국할 예정인데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성지순례 팀원들도 너무 고된 여정으로 지쳤지만 안전한 암만으로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성지순례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성유정(가명·27)씨는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카타르 도하를 거쳐 10일 오후 간신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존에 예약한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곧장 스마트폰으로 외항사 항공편을 뒤진 끝에 겨우 항공 표를 끊을 수 있었다. 푯값은 이미 두 배로 뛰어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에 머무는 동안 네 차례의 폭격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현지에서 만나 함께 호스텔을 이용한 친구들은 굉음에 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사귄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들도 육로를 거쳐 요르단으로 건너가는 등 이스라엘을 급히 떠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크리스천인 성씨는 “표가 비싸고 경유를 여러 번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외항사를 이용하면 아직까진 이스라엘에서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회개할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아영 장창일 이현성 기자 singforyou@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