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를 가진 목사로서 우리 교단의 노회도 섬길 수 있었다. 2007년 4월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정통(현 예장대신) 67차 송파노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노회장에 당선됐다. 2006년에는 노회원 과반의 추대를 받아 부노회장이 됐다. 경쟁 상대와 표차는 딱 한 표였다.
송파노회는 산하에 80여 교회가 있으며 200여명의 목회자와 장로들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었다. 그런 노회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노회장으로서 나는 무엇보다 우리 노회의 교회들만이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설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힘썼다.
사실 장애인에 대한 교회의 인식 개선은 목회자들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들이 장애인을 보는 인식이 바뀌면 성도들의 생각도 바뀐다. 그래야 장애인 성도들이 직분을 맡게 되고 성가대도 맡고 헌금위원도 할 수 있다. 장애인도 구원받아야 할 영혼이 아닌가.
내가 노회장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목사 안수를 받은 지 16년째 되던 해였다. 한국교회 안에 장애를 가진 목회자가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우리들이 나서지 않으면 교회의 장애인 인식은 달라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도하며 궁리한 끝에 노회장이 돼 노회에 속한 교회만이라도 바꿔보자 생각했다. 일단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노회장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2000여명의 장애인 목회자들에게도 똑같은 꿈을 갖게 하고 싶었다.
송파노회 소속 80여 교회 중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곳이 한곳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노회장으로 취임한 뒤 한 달이 지나자 일련의 변화들이 생겼다. 계단을 뜯어내고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설치하겠다는 목회자들이 나왔다. 어떤 목회자는 내가 목발을 짚고 강단에 올라 의자에 앉아 설교하는 걸 보더니 강대상 계단을 없애고 램프를 만들었다. 또 휠체어를 탄 신자들이 앞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도록 예배당 맨 앞자리에 설치된 나무 파티션을 제거했다.
노회에도 변화가 있었다. 세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노회 목사들의 지정석이 없어졌다. 그 전까지는 노회에 가면 목사들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상석이 있고 중석, 말석이 있었다. 같은 목사끼리 모이면서도 무슨 자리가 있나 싶어 아예 흩어버렸다. 그 방법은 내가 말석에 앉는 것이었다. 일단 노회장이 말석에 앉자 사람들이 처음엔 우왕좌왕하다가 차츰 섞였다.
식사자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무임목사나 미자립교회 목사들은 자기들끼리 앉았고, 노회장을 지낸 목사들은 또 그들끼리 식사를 했다. 교세나 친분, 나이별로 자기들끼리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나는 이 모습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동안 이 자리 저 자리로 다니면서 목사님들과 밥을 먹었다. 미자립교회 목사님들과는 15번 정도 밥을 함께 먹었다. 사실 횟수까지 세진 않아서 몇 차례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 노회장을 마쳤을 때, 나와 밥을 같이 먹었던 목사님들이 알려줬다. 나는 몰랐는데 그분들은 밥 먹은 숫자까지 세고 기억했다.
셋째는 노회 안에 목회자 사모들을 위로하는 잔치가 없었다. 그래서 위로잔치를 하면서 여행도 떠났다. 베트남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모님들이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역경의 열매] 김경식 <10> “교회 통해 장애인 인식 바꾸자”… 노회장 출마
예장대신 송파노회 80여 교회 대표자 돼… 2000여 장애인 목회자들에 희망 됐으면
![[역경의 열매] 김경식 <10> “교회 통해 장애인 인식 바꾸자”… 노회장 출마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714/201707140000_23110923783021_1.jpg)
김경식 목사는 2007년 총회 산하 노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 인식 개선에 힘썼다. 사진은 한 집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김 목사. 임마누엘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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