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강도야” 외침에 흉기든 범인 뒤쫓은 초등학생들

초등학생들과 택시기사가 범인의 뒤를 쫓고 있다. YTN 캡쳐
16일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에서 때아닌 도주극이 펼쳐졌습니다. A씨(48)가 식당 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난 것입니다. 혼자 힘으로 A씨를 제압할 수 없었던 식당 주인은 “강도야!”라고 외쳤습니다.
택시기사와 초등학생들이 식당 주인의 절박한 외침을 들었습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택시기사는 몽둥이를 들고 A씨를 쫓아갔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추격전을 벌이며 A씨의 뒤를 턱 끝까지 쫓아갔습니다. 이들은 A씨를 붙잡아 격투까지 벌였습니다.

A씨가 범행 이후 급하게 도주하고 있다. 몽둥이를 든 택시기사가 A씨를 뒤에서 쫓고 있다. YTN 캡쳐
하지만 A씨는 끝내 시민들의 추격을 뿌리쳤습니다. 그는 여러 번 택시를 갈아탄 끝에 강릉에 도착했습니다.
A씨의 도주극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A씨가 원주에서 급하게 도주할 때 흘린 지갑이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시민들은 지갑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인적사항을 확인한 경찰은 강릉까지 달아난 A씨를 17시간 만에 체포했습니다.
원주경찰서는 지난 22일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을 줬다”며 택시기사와 초등학생 등 4명에게 표창을 수여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어린 학생들을 보니 희망이 보인다” “강도가 흉기를 들고 있지만 끝까지 쫓아간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군요.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아이들을 칭찬하면서도 걱정 섞인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A씨를 쫓다가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네티즌은 “성인 택시기사분이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범인이 애 하나 흉기로 어떻게 했으면 어쩔뻔 했나”라며 “이런 일에 함부로 나서지 않도록 애들에게 주의를 줘야지, 모두를 영웅처럼 만드는 뉘앙스라 거북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대로 A씨를 쫓은 시민들이 큰 위협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A씨를 쫓은 사람들이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더욱 컸죠. 하지만 용기를 내서 A씨를 쫓은 행동부터 칭찬해주는 건 어떨까요. 택시기사와 초등학생들이 있었기에 A씨가 지갑을 흘렸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감사한 마음을 전한 다음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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