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손님들에 선물

겨울이 오는 길목에 서서

열려라 에바다 2011. 11. 10. 12:31

 

겨울이 오는 길목에 서서

                                                   문향

 

서걱이는 스산한 바람

밤새 대숲에 일었다 가고

여명의 빛 쫓아 우짖는 새소리에

일어나 앉는 희뿌연 산골아침

 

 

뜨락 가득 떨어져 딩구는

감잎새에 내린 싸늘한 날씨

오싹, 살갗에 와 닿는 성급한 겨울,

하지만 햇님이 벽에 내 걸린 달력 위를

아무리 바삐 내달아도 아직은 시월...

 

선홍빛 곱게 물들어가는 감나무

매일 아침, 삽짝 밖 내다보며

이마 위에 손 얹고 기다리는 서리

 

감은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든다.

서리 내린 후라야 감을 따 내리고

바쁜 곶감 손질도 그 다음 일이다.

 

  

한갓 열매인 감마저

찬서리 맞아야 그 맛이 깊어지거늘

아무런 시름없이 즐겁기 만한 삶,

달달하기 만한 그런 사랑이

어찌 제대로 된 행복이며 사랑이랴

 

겨우내 언 죽음의 대지 아래 기다리다

봄 들녘 가득 지천으로 돋아 나

밥상에 오르는 고들빼기, 머위...

 

숨 죽여 모진겨울 참아낸

그 보잘 것 없는 쓰디쓴 풀들이

일생 보약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가난한 우리네 삶에 내려준

자연의 영약이고 선초였음을...

 

  

가을걷이 끝낸 빈들에 서성이는 햇살

허옇게 마른 고춧대 흔들고가는 바람

대지 곳곳에 늘려진 소멸의 기운

황량한 긴 적요의 겨울 냄새 진동해도

 

새생명 돋는 봄 있어 겨울이 가듯

꿈꾸며 기다리는 내일이 있어

힘겨워도 소중한 오늘의 삶이어라

 


 

 

'야후손님들에 선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향기처럼 불어온 당신  (0) 2011.11.10
가을은 가고  (0) 2011.11.10
사람의 가장 좋은 향기   (0) 2011.11.10
♤가을노트,그리움으로 새긴 이름/詩:이채♤  (0) 2011.11.10
바람의 시  (0)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