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는 길목에 서서 문향
서걱이는 스산한 바람 밤새 대숲에 일었다 가고 여명의 빛 쫓아 우짖는 새소리에 일어나 앉는 희뿌연 산골아침
뜨락 가득 떨어져 딩구는 감잎새에 내린 싸늘한 날씨 오싹, 살갗에 와 닿는 성급한 겨울, 하지만 햇님이 벽에 내 걸린 달력 위를 아무리 바삐 내달아도 아직은 시월...
선홍빛 곱게 물들어가는 감나무 매일 아침, 삽짝 밖 내다보며 이마 위에 손 얹고 기다리는 서리
감은 서리를 맞아야 단맛이 든다. 서리 내린 후라야 감을 따 내리고 바쁜 곶감 손질도 그 다음 일이다.
한갓 열매인 감마저 찬서리 맞아야 그 맛이 깊어지거늘 아무런 시름없이 즐겁기 만한 삶, 달달하기 만한 그런 사랑이 어찌 제대로 된 행복이며 사랑이랴
겨우내 언 죽음의 대지 아래 기다리다 봄 들녘 가득 지천으로 돋아 나 밥상에 오르는 고들빼기, 머위...
숨 죽여 모진겨울 참아낸 그 보잘 것 없는 쓰디쓴 풀들이 일생 보약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가난한 우리네 삶에 내려준 자연의 영약이고 선초였음을...
가을걷이 끝낸 빈들에 서성이는 햇살 허옇게 마른 고춧대 흔들고가는 바람 대지 곳곳에 늘려진 소멸의 기운 황량한 긴 적요의 겨울 냄새 진동해도
새생명 돋는 봄 있어 겨울이 가듯 꿈꾸며 기다리는 내일이 있어 힘겨워도 소중한 오늘의 삶이어라
|
'야후손님들에 선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향기처럼 불어온 당신 (0) | 2011.11.10 |
---|---|
가을은 가고 (0) | 2011.11.10 |
사람의 가장 좋은 향기 (0) | 2011.11.10 |
♤가을노트,그리움으로 새긴 이름/詩:이채♤ (0) | 2011.11.10 |
바람의 시 (0) | 2011.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