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는 왜 익명으로 기록했을까?

신약 성경에서 저자 이름이 없거나 추정할 수 없는 책이 히브리서다
히브리서의 저자 문제는 난제다
필자는 내용이나 필체에서 바울적인 요소가 많아 바울을 저자로 생각하지만 학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터툴리안은 바나바를 지목하였고 판테누스와 클레멘스는 바울이 저술한 것이라고 하였다
동방교회와 흠정역도 바울을 저자로 보았다
하르낙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로 보았고, 루터는 아볼로가 저자라고 하였고 칼빈은 사도의 제자급에서 누가나 클레멘스를 지적하기도 했다
히브리서는 내용으로 보건대 유대인 그리스도인을 상대로 기록되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시작은 설교 형태지만 끝에서는 편지 형태로 작별 인사를 하였다
수신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로 생각할 수 있다
구약의 제사 제도를 광범위하게 인용하면서 그리스도의 탁월성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저자가 누구이든 그는 왜 익명으로 기록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유대인들의 박해 때문이다
당시 유대교에 깊이 빠진 자들은 율법을 폄하하는 새로운 종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바울이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유대인들의 반응이 이를 증거한다
유대인들이 성전에서 바울을 보고 무리를 충동하여 그를 붙잡고 외쳤다
"이스라엘 사람들아 도우라
이 사람은 각처에서 우리 백성과 율법과 이곳을 비방하여 모든 사람을 가르치는 자다" (행 21:28)
또 대제사장 아나니아와 장로들과 변호사가 벨릭스 총독에게 고발하는 말에서도 그들의 분노를 알 수 있다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전염병 같은 자라 천하에 흩어진 유대인을 다 소요하게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라" (행 24:5)
두 번째 이유는 본서의 내용에서 과격한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진리를 알고 타락한 신자는 다시 속죄하는 제사가 없고 무서운 마음으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번 빛을 받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여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도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하게 할 수 없나니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드러내 놓고 욕되게 함이라" (히 6: 4~6)
"우리가 진리를 아는 지식을 받은 후 짐짓 죄를 범한즉 다시 속죄하는 제사가 없고 오직 무서운 마음으로 심판을 기다리는 것과 대적하는 자를 태울 맹렬한 불만 있으리라" (히 10: 26~27)
타락의 위험성을 강조한 이 구절을 교회에서는 거의 설교하지 않는 내용이다
하나님의 능력을 맛보고 성령에 참여한 후에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과격한 표현이다
더구나 오직 믿음과 은혜를 강조한 바울이 이런 내용을 기술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타락과 죄를 범하는 것은 신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며 회개를 통하여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올바른 복음이다
그렇다고 이 구절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한 배교 상태로 볼 수는 없는 내용이다
단정적으로 회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죄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하는 개념이 중요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히브리서의 저자는 익명으로 쓸 필요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본서의 내용에서도 저자가 누구인지 추정할 단서를 남겨두지도 않았다
누가 저자인지 하나님만 아시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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