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할 일, 백성이 할 일
열왕기상 8:54~66
왕정 시대에 왕에게는 그 직위에 앞서 하나님과 백성 앞에 가져야할 자세가 있습니다. 왕은 백성을 대표하는 자로서 하나님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백성 앞에서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대리하는 자로서 당당함이 있어야 합니다. 왕이 자신을 백성의 지도자라는 이유로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거나 건방을 떤다면 큰일입니다. 백성 앞에서는 반듯한 정치 철학과 분명한 소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물쭈물하거나 궁색해하면 체면을 구기고 영이 서지 않습니다. 왕정 시대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도자에게는 지도자다운 식견과 지향성과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를 잘 갖춘 지도자라면 시민을 평안하게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가 지도자의 자리에 앉았다면 시민이 불편해할 것입니다.
성전을 짓고 난 후 하나님께 중보기도 드리기를 마친 솔로몬이 이번에는 백성을 축복하였습니다. “솔로몬이 무릎을 꿇고서,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펴고, 이렇게 간절히 기도를 드린 다음, 주님의 제단 앞에서 일어나서, 이스라엘의 온 회중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축복하여 주었다”(8:54~55).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지도자가 백성을 축복하는 모습이 복되고 아름답습니다. 이런 모습을 오늘 이 시대에도 보고 싶습니다. 그 당연한 일이 우리에게는 왜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걸까요? 시민을 아낌없이 축복하는 정치 지도자를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백성과 왕은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였습니다. 그들은 한마음이 되어 제사를 주님께 바쳤습니다. “왕 및 왕과 함께 있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주님 앞에 제사를 드렸다”(8:62). 하나님 앞에서 그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의 한 백성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장면을 다종교 사회인 오늘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좋은 정치가로 등장한다면 모를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민과 정치 지도자가 한마음 되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보편적 진리와 인류애에 근거하여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시민이 원하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고 지도자의 책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시민과 지도자가 하나 되는 세상, 보편타당한 상식과 인류 공통의 양심에 기초하여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을 공유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상식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걸까요?
이번에는 백성이 왕을 축복하였습니다. “둘째 이레가 끝나고, 여드레째 되는 날에 그가 백성을 돌려보내니, 그들은 왕에게 복을 빌고 주님께서 그의 종 다윗과 그 백성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온갖 은혜 때문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각자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8:66). 이스라엘 백성은 솔로몬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다윗 언약의 당사자로 받아들였습니다. 왕을 축복하는 일이 기쁨이고 즐거움이었습니다. 좋은 세상이란 그렇습니다. 왕은 백성을 축복하고, 왕과 백성이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백성이 왕을 축복하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하므로 자신들이 모세 언약의 당사자이며(56) 다윗과 그 백성에게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였습니다. 이는 두고두고 백성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이스라엘 정신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지도자는 시민을 축복하고, 시민도 지도자를 축복하는 모습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보편의 가치와 인류애를 실현하기를 기도합니다. 이 땅에서도 이런 일이 이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
찬송 36장 주 예수 이름 높이어
2023. 9. 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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