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어져 온 최초의 죄와 그 결과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하나님의 뜻을 알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도 알았던 사람들이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역할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성경이 말하는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혹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것을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인간이 그 지위를 지키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정보 선택의 오류를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이 명백하게 이야기하는 인간 창조와 타락이라는 두 사실을 다 받아들이고, 그 함의를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인류 최초의 죄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창 2:16-17)에 불순종하면 죽을 것이라고 하나님이 경고하셨는데, 이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 3:4, 5)는 뱀(사탄)의 말에 인간은 더 귀를 기울였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창 3:6)로 보였다. 이런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여인은 결단하고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었다”(창 3:6). 그들은 자원해서 불순종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이로써 그들은 하나님에게서 받은 “생명의 계명을 어긴 것이다.” 이 표현은 벨직 신앙고백서의 매우 의미심장한 표현으로 그 고백자들이 얼마나 성경 말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였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러므로 인류 최초의 죄는 하나님의 말씀을 고의로 어긴 것이고, 하나님께 불순종한 것이며, 하나님을 반역한 것이고,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해결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의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것이 죄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말씀 하나하나가 장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또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은 단순한 금지 명령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말씀 하시는지,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최초의 인류는 이 말씀들의 그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이를 지키기 위한 방도를 마련했다. 그래서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라”는 말을 하면서 여기에 “만지지도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창 3:3).
죄에 빠지는 과정
인류 최초의 죄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죄에 빠지는 과정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의도대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준으로 낮추어 생각한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왜 이 금령을 주셨는지 이 금령이 왜 생명의 계명인지를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 하면 이를 어기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하여 나름대로의 방책을 찾는다.
둘째, 자신들의 생각을 하나님의 말씀에 더하여 판단한다. 단순하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것은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말씀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말을 넣음으로써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 자체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마치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이 모세의 율법을 잘 지키기 위해서 장로들의 유전을 더했던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성경이 완성된 후, 하나님의 계시라고 하면서 각종 이단들이 만들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성도들은 성경 자체가 항상 경고하는 것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에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제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계 22:18, 19). 그것은 반드시 죄에 빠지는 길이다.
셋째, 하나님께서는 명백히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창 2:17)고 하셨고, 사탄은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창 3:4)고 한 것 같은 명백한 반립(反立, anti-thesis)이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점차 드러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죄는 결국 하나님 말씀에 반대되는 쪽으로 드러난다.
넷째, 하나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고귀한 위치에 있게 하였는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 사탄이 유혹하는 대로 “하나님과 같이”(창 3:5) 되려는 욕망을 갖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고귀성을 중시하지 않으면 스스로 고귀하게 되려고 하다가 망하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죄의 결과
이렇게 고의적으로 범과함으로써 인류는 죽음과 저주에 빠졌다. 하나님께서 처음에 선언하셨던 대로 되었다. 죄에는 항상 죄에 대한 책임, 즉 ‘형벌 받아 마땅함’이 발생하기에 이런 죽음과 저주가 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삶을 살고, 결국 물리적인 죽음에 넘겨지며, 그 이후에는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사망과 저주의 상태에 빠지게 됐다. 죽음과 저주는 매우 심각한 결과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모든 인류는 최초의 죄 이후 그들의 본성 전체가 완전히 부패되었다. 따라서 악하고 왜곡된 존재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잘못된 것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부여해 주신 모든 선한 것들과 뛰어난 것들이 그 흔적만 남기고는 다 사라져 버렸다. 이것을 신학적으로는 ‘전적 부패’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서 이 최초의 죄로 인해 인류는 참 생명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켰다. 사실 하나님으로부터의 소외라는 이 문제가 가장 큰 문제다. 그로부터 다른 모든 문제들이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구원 약속과 믿음
만일 하나님께서 오셔서 이 삼중의 난제로부터 인간을 구원할 말씀을 전해 주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저주와 죽음 가운데 영원히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타락 이후에 곧바로 하나님께서 오셔서(창 3:8) 인간의 죄를 드러내시며 형벌을 선언하시면서도(창 3:14-19) 그 안에서 그들을 구원하실 것이라는 약속을 주셨다고(창 3:15) 말한다. 또한 그 구원의 약속을 역사의 과정 속에서 점점 구체적으로 보이시고, 결국에는 약속된 것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하심으로써 우리에게 구원을 주신다는 것을 명백히 선언한다.
최초의 죄인들인 아담과 하와가 그들이 타락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의 말씀을 그대로 믿었듯이, 우리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주로 믿고 그를 따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참으로 믿으면 이 저주와 죽음의 상태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값없이 주어진 복된 소식이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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