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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병든 남편에 대한 독점의식 장성숙

열려라 에바다 2025. 8. 29. 10:51

병든 남편에 대한 독점의식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오래전에

나를 방문한 60대 부부는 외아들이 도박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어떻게 하면 아들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느냐며 애를 태웠다.

이들을 맞이해 나도 같이 애를 태웠을 뿐 별다른 방안을 모색하지 못했는데,

 

아무튼 이때 남편보다 부인이 똑똑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오랜만에 그 부인이 내게 전화하고 방문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며 아들의 안부를 물으니,

다행히 그가 땀 흘리며 일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모든 게 어머니인 그녀가 강단 있게

울타리가 되어준 덕분인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80세나 된 그 부인이 나를 방문한 건 남편 때문이었다.

84세인 남편이 6년 전에 뇌경색을 맞았고,

 

그때부터 이 부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남편의 치료 및 회복을 도왔다고 한다.

온갖 좋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건 물로 집안에서도 머리를 감기고,

음식을 떠먹이기도 하고, 옷을 입히고….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밖에서 여자를 만나 희희낙락하며

수시로 자잘한 선물을 해주곤 하는 걸 알았단다.

3년 동안이나 그 여자를 만났다는데,

 

자기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남편을 위해 온갖 시중을 다 들었으니,

무슨 이런 일이 있느냐고 했다. 그동안 지극정성으로 그를 돌봐준 게

너무나도 분해 며칠을 울었단다.

그녀가 심각하게 속상함을 토로하는데, 나는 왜 그리 웃음이 터져 나오던지….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남편이 밖에서 그 여자를 만나고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가 워낙 남편에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니까,

남편이 자기를 금쪽같이 여겨주긴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런 일이 들통나자,

남편은 자기 앞에서 얼굴을 못 들고 있단다.

그동안 자기는 남편이 그렇게 밖에서 여자를 만나는 줄은 모르고,

남편이 친구와 식사하고 왔다고 하면 그러한 친구에게 감사했단다.

그렇게 기분 좋았으면 되지 않았느냐며,

 

남편을 기분 좋게 해주는 상대가 여자면 안 되고 꼭 남자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는지 갸우뚱했다.

나는 다시금 남편이 성관계라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웃으며 그 나이에 그게 되겠느냐고 대꾸했다. 나는 박장대소하며,

그런데 뭘 그리 속상해하느냐고 놀리듯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멋쩍어하다가 남편이 간간이 카드로 20~30만 원씩 뺀 걸 보니,

그 여자에게 돈도 준 거 같다고 하였다. 그러한 말에,

나는 남편이 젊은 나이도 아니고 건강도 온전하지 않은데

돈이라도 써야 여자가 따라붙을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 정도 돈도 쓰지 않으면 어떤 여자가 남편을 상대해 주겠느냐며

전혀 울고불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였다.

내가 이렇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하니까,

그 부인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며칠 동안 밥도 해주지 않았단다.

그랬더니 남편의 뒷모습이 형편없이 찌그러져 다시 밥을 해주고는 있단다.

그리하여 나는 잘하셨다고 손뼉 치며, 남편을 기분 좋게 만들어 건강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 그 여자에게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놀렸다.

이런 식으로 내가 그 부인의 상황을 코믹하게 처리하자,

그녀도 우스운지 깔깔댔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자기를 속이고 그렇게 지낸 남편에게 충격받아

속상해하는 마음은 있다고 했다.

이때 비로소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팔색조가 되어야 한다는데,

그녀는 남편을 회복시키기 위해 마치 어머니처럼 남편을 보살피는 역할에만 치우친 거 같다고.

다시 말해, 남편이 다 늙긴 했어도 남자로서 우쭐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 거 같은데,

 

그녀가 요부처럼 굴거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야리야리한

참새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고 찔렀다.

이러한 말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정성을 다해 받들어주긴 해도

그렇게 아양을 떨진 못한다고 하였다.

나는 이때다 하고 그렇게 부족한 자신에 대해서는 후하고,

오로지 남편만 탓할 셈이냐고 타박하자, 그녀가 ‘그렇긴 하네요!’ 하고 웃어,

두 나이 든 여자는 서로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웃고 나서 내가 그녀에게 들려준 말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저 재미있게 살라고 하였다. 성향이라는 건

숙생의 업에 따른 것으로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며,

남편이 그렇게 출렁거리면 ‘그렇구나!’하고

그냥 바라보기나 하라고 당부했다.

그래야 서로 편하다며 설사 부부라도 자기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만나 뵙기를 잘했다며

상담소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홀가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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