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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하나님은 은행 현금지급기 아닙니다.

열려라 에바다 2014. 2. 17. 08:02

 

빚… 하나님은 은행 현금지급기 아닙니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다. 학자금 대출로 청춘을 시작, 전세자금 대출로 결혼하고 주택자금 대출로 살아간다. 월급은 신용카드 회사가 가장 먼저 떼 간다. 신용카드는 현재의 소비를 위해 미래의 소득을 저당 잡히도록 이끈다. 내가 지금 소비를 하면 다음 달 내 돈에 대한 소유권을 신용카드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성경은 빚진 자가 채주의 종이 된다(잠 22:7)고 경고한다. 가장 가까운 ‘채주(債主)’ 신용카드사는 최근 우리의 개인정보 1억400만건을 도난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무책임한 빚쟁이와 결별할 수는 없을까. 빚에서 해방될 방법은 없을까.

신용카드의 노예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주부 A씨. 남편 수입이 평범한 직장인보다 많은 편이다. 급여는 매월 25일 꼬박꼬박 입금된다. 이상하게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통장 잔액이 ‘0’에 가까워진다. 여러 신용카드 대금이 앞다퉈 나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월급을 당겨 쓰다보니 월급이 나와도 쓸 돈이 없다. 자칫하면 카드대금이 연체된다. 이런 패턴으로 월급을 사용하는 직장인이 많다.

A씨 가정의 월급 주인은 사실상 신용카드사다. A씨는 헌금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무계획적 지출로 돈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지갑이 거듭나지 않으면 구원은 불가능하다.” 감리교 창시자인 영국 존 웨슬리(1703∼1791)의 말이다. 당장 묻게 될 것이다. ‘돈과 구원이 무슨 상관이냐.’ 만물의 주인이 하나님(대상 2:11∼12)이라는 것을 우리가 믿는다면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마음가짐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예수는 하나님 말씀을 전한 마지막 3년 동안 38차례 비유로 설교했다. 그중 22편이 돈을 주제로 한 것이다. 달란트(마 25)와 씨 뿌리는(눅 8) 비유가 대표적이다. 성경 전체로는 돈과 재물이 3200차례 이상 언급된다. 돈에 대한 태도가 크리스천의 삶을 증명한다는 얘기다. ‘목사님, 돈에 대해 질문 있어요’의 저자 민걸 목사는 14일 “먼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돈의 주인이라고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빚 권하는 사회와 그 희생자

세일 기간 구역 모임을 마치자마자 백화점에 간다. “손님들이 하나쯤은 갖고 있는 명품 백이에요.” 슬그머니 신용카드를 점원에게 내민다. 교회 주자창에 번쩍거리는 외제차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친구가 “할부로 사면 국산차보다 더 싸!”라고 부추긴다. 물건 값은 고스란히 빚인데도 일단 사고 본다. 신용카드와 할부 프로그램 때문에 빚이라는 인식이 무뎌진다. 욕심으로 생긴 빚이다.

B씨는 대학 시절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로 근근이 대학을 다녔다. 졸업 당시 빚만 수천만원. 취직해 돈을 모았을 때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렸다. 이어 부모의 병원비로 큰돈을 내놔야 했다. B씨는 하소연한다. “내 주인은 맘몬이에요. 빚을 갚기 전에는 선교지로 갈 수 없어요.” 그의 빚은 사회 구조적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높은 대학 등록금과 치솟는 주거비….

우리는 수시로 맘몬의 유혹을 경험한다. 성경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하나님과 재물(Mammon, 맘몬)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마 6:24)고 했다. 맘몬은 우리 안에도, 밖에도 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 ‘소비의 사회’(1970)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각종 상업 광고가 치밀하게 주입하는 무의식이다. 반대로 예수는 ‘너희의 소유가 너희 삶을 규정하지 않는다’(눅 12:15)고 했다. 사도 바울은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빌 4:11∼13)”고 말했다. 자족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중심이 누구인지 본다.

‘빚이여 안녕!’ 지갑의 거듭남

빚이 있으면 성경이 권하는 ‘나눔’(행 20:35)을 실천하기도 어렵다. 빚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신용카드를 멀리해야 한다. 서울 청계천에서 공구 도매상을 하는 40대 자영업자 C씨. 매달 1000만원 안팎을 벌었지만 신용카드 빚 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했다. 1년 전 아내를 설득해 신용카드를 아예 없앴다. 현금으로만 생활비를 지출했다. 지금 C씨는 매달 200만∼300만원을 저축한다.

박상훈 돈걱정없는우리집지원센터 팀장은 “‘당겨쓰는’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카드 중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수입을 매월 저축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다. 신용카드는 하나만 남기고 해지한다. 할부 카드론 현금서비스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는 후불교통카드와 체크카드로만 사용한다. 체크카드도 함정이 있다. 통장 잔액 한도까지 ‘편히’ 쓰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 급여를 나눔·생활비·비정기 지출·‘저수지’ 통장 등으로 목적별 계좌로 이체한다. 나눔에는 십일조 등이 포함된다. 저수지 통장은 비상용이다. 빚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로 생기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은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나간다.

최근 ‘왕의재정학교’ 강의로 주목받고 있는 김미진 NCMN(NC운동&네트워크) 간사는 사업으로 진 빚 100억원을 4년여 만에 갚았다고 한다. 그는 강연을 통해 “빚을 지는 순간 빚이 삶의 주인이 된다”며 “재물이 하나님의 재정원칙으로 다스려지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곳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 목사는 “빚은 푼돈으로, 작은 빚부터, 날마다 갚아야 한다”고 말한다. 빚 갚는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면 하나님의 방식으로 언젠가 갚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