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약속을 지키겠다는 약속

열려라 에바다 2014. 3. 11. 17:27

 

 (사진:최용우)

 

□ 약속을 지키겠다는 약속

 

어떤 마을에 장기를 잘 두는 양반 하나가 살았는데 얼마나 장기를 잘 두는지 지금까지 한번도 져본적이 없다나 뭐라나? "지는 게 뭐여?" 그런데 듣자 하니 뒷산 절간에 사는 스님 하나가 제법 장기를 잘 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하늘 아래 1등이 둘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슬그머니 오기가 발동한 이 양반이 뒷산 절간으로 가 마당을 얼쩡거리다가 스님을 만나 한판 붙자고 결투 신청을 했습니다.
"좋소. 장기라면 나도 한 장기하는데,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를 합시다. 지는 사람의 배꼽을 딱 한냥짜리 엽전만큼 도려내는 것로 합시다." 어쭈! 요것 봐라! 양반은 설마 자기가 질까 싶어서 그러자 하고 장기를 두었는데 그만 단판에 스님에게 발렸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진짜로 칼을 가지고 나와서 빨리 배꼽을 내놓으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걸 어째! "스님, 지금 장난이 지나치시오. 이깟 장기 한판으로 참말로 배꼽을 도려낼 참이오?" 스님은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 할 것 아니오? 지키지도 않을 거면 약속은 왜 한단 말이오?"
결국 둘이 다투다가 고을 원님에게로 갔습니다. 원님은 난처해졌습니다. 양반편을 들면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을의 백성들도 앞으로 약속을 우습게 여길 것 같고, 그렇다고 스님편을 들면 산 사람의 배꼽을 도려내야 하니 이거 골치 대갈통 헤드 전두엽이 바르르르르...
그때 원님의 똑똑한 아들이 옆에서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스님은 약속대로 하시오." 스님이 고것 봐라 하며 칼을 높이 들자 다시 말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대로 정확하게 한냥짜리 엽전만큼만 도려내야 합니다. 만약 눈꼽만큼이라도 더 도려낸다면 스님의 배꼽에서 그만큼 떼어낼 것이오."
스님이 무슨 '생활의 달인'도 아니고 어떻게 딱 엽전 한냥 만큼만 도려낼 수 있겠어? 잘못하다간 자기 배꼽에도 칼이 들어올 것 같더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해서 일이 훈훈하게 급 마무리되었다는 얘기올시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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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885] 2014.3.11.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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