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빨간 조끼

열려라 에바다 2014. 3. 15. 17:28

 (사진:최용우)

 

□ 빨간 조끼

 

저는 등산을 할 때 빨간 조끼를 입습니다. 산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맷돼지나 낭떠러지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갑자기 숲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사람을 맞딱뜨리는 일은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생각해 보니 나와 만나는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빨간 조끼를 하나 샀습니다. 노란 조끼를 골랐다가 도로공사 하는 분들이 입는 조끼 같아서 그냥 빨강색을 골랐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에 멀리서도 잘 띄라고 등산할 때마다 빨간 조끼를 입고 다닙니다.
 서울 관악산 갔더니 얼마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런데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한번 찌익- 째려보고 지나가더라구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도 대꾸를 하는 사람 별로 없었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목사님에게 "참 당황스럽네요. 서울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하고 물었더니 "그런가 봐요. 저도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어서 혼났어요. 지금은 저도 눈에 힘 주고 똑같이 한번 째려봐 주고 지나가요.ㅎㅎ"
 저는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큰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인사를 하는 것은 '내가 너를 해칠 마음이 없다. 그러니 안심해라' 그런 의미입니다. 제가 좀 표정이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돌쇠같다고 하는데, 인상 팍 쓰며 지나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아마 산적을 만난 것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저는 등산을 할 때 가방 속에 에너지바 몇 개와 캔커피와 물 몇 개를 여분으로 꼭 가지고 다닙니다. 대부분은 제가 다 먹는데 등산이 끝날 때까지 3분의 1정도는 꼭 남깁니다. 그것은 제 몫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몫입니다.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어떤 사람을 만날 지 모르니 항상 대비를 해가지고 다니는 것이지요.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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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889] 2014.3.15.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