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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
작은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소서'라는 것을 썼습니다. 자소서란 '자기소개서'인데, 1500자 이내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성적은 비슷하기 때문에 합격 여부는 '자소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면접관이 면접 때 질문하는 것도 '자소서'를 보고 질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소서'에는 가족의 직업이나 나의 뒷배경이나, 소위 말하는 스팩(specification)을 쓰면 감점이 됩니다. 무슨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한 사실이나, 토익, 토플, 텝스 점수 같은 것도 쓰면 감점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자소서' 쓰는 게 정말 쉽지 않더군요. 자소서는 정말 딴 사람, 딴 이야기는 필요 없고 오직 '나의 이야기, 나는 누구인지' 그것만 써야합니다. 선배들이 써서 합격했던 '자소서'를 보고 비슷하게 따라해도 안됩니다. 검증 프로그램을 돌려 두 단어만 같아도 '표절'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표절에 걸리면 원서 접수 자체가 안됩니다. 작은딸이 자소서를 쓰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저도 저의 자소서를 한번 써 봤습니다. 지나온 세월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목표를 정한 다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마치 수험생이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써 보았습니다.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전도사님, 아빠. 시인, 최용우씨, 당신 어쩌고 저쩌고' 나에 대해 규정해 준 것 외에 나 스스로 나에 대해 어떤 규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해졌습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니... 에효... 천국에 들어갈 때도 '자소서'를 쓰라고 하면 저는 틀림없이 천국에 못 들어갈 것 같습니다. ⓞ최용우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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