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길이였음 좋겠어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4. 20:20



길이였음 좋겠어


차라리 한 줌 흙이었음 좋겠어
붙잡고 싶은 발걸음이라도 붙어
어느 곳이든 따라다녔음 좋겠어
밝혀짐 마져 못 이룬 것들은
세상을 이탈하여 바람인 양 날아가고
손 톱 밑의 아픔마져 기억하라
기억하라 지껄여 대며
방황보다 먼 곳이라도 헤매봤으면 좋겠어


누군가 걸어갔다고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지
물안개 피어오르는 하늘을 넘어
이름하나 지어달라고,
흔적조차 지워 달라고
그렇게 보채어서도 더욱 안되지
누군가의 무엇으로 불리어 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데
메아리처럼 허공을 떠도는
그리움을 품는 것인데


그대 숨결 옆에서 동행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길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어
그대가 부를 땐 가장 짧게 그냥 길,
그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고갯길, 비탈길 그런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어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였으면 좋겠어


ㅡ 글, 박동월 / 등단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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