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들과 누나 등 다른 식구는 모두 도시에 살았다. 하지만 막내인 나는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신 까닭이다. 허드렛일로 생계를 잇는 부모님은 막내까지 키우기 힘드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나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지금도 고마운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래선지 어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나를 보러 할머니 댁에 왔는데도 할머니 등 뒤에 숨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라면서 밝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에 바뀐 환경에 잘 적응했다. 교회에서 목사님과 교인들이 심방을 오면 분위기 메이커였다. 교인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교회 식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아픈 기억이 있다. 정서적으로 심약하고 실의에 빠진 삼촌 때문이다. 삼촌과 나는 할머니 댁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삼촌 성격이 좀 삐딱했다.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때리곤 했다. 어린 나는 그냥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늘 상처로 남았다.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면 공격적으로 변했다. 외로움에 힘들어 할 때도 있었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힘들 때마다 음악을 듣고 노래 부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교회를 열심히 다닐 때는 교회음악을 좋아하기도 했다. 감미로운 찬송가와 CCM(현대기독음악)을 즐겨 들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대중음악을 더 좋아하게 됐다. 교회 권사님인 어머니도 유행가를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평소엔 찬송을 열심히 부르시다가도 힘들 때면 대중가요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내 마음”으로 시작하는 가수 이남이의 노래를 목놓아 부르셨다.
혼자 놀길 좋아했다. 내게 음악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채워주는 도구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다. 멀리 떨어져 사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도 음악을 통해 채웠다. 음악 덕분에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졌다. 청소년 시절의 낭만도 하나둘 생겼다.
아쉬운 점은 참을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까지 했지만 욕심이 생기면 그걸 이루려 노력하기보다 안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부끄럽게도 ‘오래 참음’이라는 덕목을 한 번도 실천해 본 적이 없다.
한번은 집 근처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묶어 놨다. 그런데 우연히 자전거를 훔쳐가는 친구를 지켜보게 됐다. “야 이 자식아. 왜 내 자전거를 훔쳐 가. 이 나쁜 놈아….”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당시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날 스스로도 놀랄 만큼 그 친구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렇게 소리칠 필요까지 없었는데….
외톨이였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세상엔 없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이 온통 내 유년시절을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성장과정 때문에 한때 외골수 성격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외로움이 밀려올 땐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듣고 부르며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지금도 힘들 때마다 당시 교회에서 부르던 찬송가 곡조가 생각나곤 한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승일 <4>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 찬송가 부르며 달래
부모님 일 때문에 할머니 댁에 맡겨져… 혼자라는 상처·공허함 음악으로 채워
![[역경의 열매] 김승일 <4>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 찬송가 부르며 달래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420/201704200003_23110923732125_1.jpg)
2012년 9월 생애 첫 앨범 ‘마이 스토리(My Story)’ 자켓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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