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배재철 <1> 목소리 잃은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열려라 에바다 2018. 3. 21. 07:57

[역경의 열매] 배재철 <1> 목소리 잃은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갑상샘암 수술로 오페라 못 하게 돼… 노래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려

 

[역경의 열매] 배재철 <1> 목소리 잃은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기사의 사진
하나님을 찬양하는 테너 배재철 집사가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연습실에서 최근 두 번째 성대 수술을 하고 대만 연주회를 마친 일들에 대해 얘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세기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좋아하고 완벽한 소리를 얻기 위해 150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에 못잖게 나 역시 더 높고 힘찬 소리를 내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한양대 성악과 재학시절뿐 아니라 이탈리아 유학 때도 내 별명은 ‘소문난 연습벌레’였다. 그 결과 199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최고 테너상을 수상하며 도밍고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도밍고를 감동시켰던 나는 동양인에겐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던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테너로서 전성기를 맛봤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오는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랬던 나, 테너 배재철이다.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역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아니 오페라 무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13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이후 더 이상 오페라 무대에 서지 못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온다는 꿈의 목소리를 잃은 것이다.

왜 하나님은 나에게서 제일 소중한 목소리를 거둬가셨을까. 그리고 나는 목소리를 잃은 게 맞을까.

“여호와는 나의 목사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편 말씀에 그 대답이 들어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나의 목자시면 나는 분명 양이다. 그러니 그분의 종의 위치에서 해야 할 본분을 다하면 자연스레 모든 게 해결된다. 그렇다면 종이 된 내가 해야 할 본분은 무엇일까.

나에게 무대와 음악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게 없이도 살 수 있었다면 나는 애당초 모든 걸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노래, 무대, 음악을 떠나선 결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다시 노래를 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요즘 나는 빡빡한 녹음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올여름 새 앨범 출시를 목표로 노래를 녹음하고 있다. 성량이 약해져 오페라는 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 부를 수 있는 가벼운 곡들로 음반을 준비 중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노래로 위로해주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두 번째 성대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이번 ‘역경의 열매’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한 가지다.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싶다. 그럼 하나님을 향한 나의 노래 1악장을 시작한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약력=△1969년 대구 출생 △94년 한양대 성악과 실기, 98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 수석졸업 △한국 및 유럽 국제 콩쿠르에서 다수 우승 및 입상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극장 솔리스트, 한양대 성악과 겸임교수 역임 △유지태 주연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실제 주인공 △저서 ‘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비전과리더십) △현 명지대 객원교수, 일본 보이스팩토리 소속 가수 △높은뜻광성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