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체증 뚫은 평창, 한국 새 힘 만들어라
과연 강원도는 힘이 세다. 지치지 않고 도전해 승리하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7일 자정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실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투표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유치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4대 메이저 스포츠 대회를 모두 유치한 세계 6번째 국가가 됐다. 유치 전략의 승리이자 동계올림픽을 확산시키는 새 역사의 기록이다. 평창은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던 IOC 총회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2007년 7월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 당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동계스포츠 변방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전 국민적으로 준비한 그동안의 세월과 노력이 아쉬웠다. 이 정도 되면 꿈을 접기 마련이다. 1차전에서는 줄곧 1위를 할 만큼 탄탄히 준비했으면서도 유럽의 텃세에 밀려 매번 탈락한다면 우리가 잡아야 할 밧줄은 어디에도 없어보였다. 쏟아지는 국민들의 질타는 매서웠다. 유럽의 높은 벽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도 우리의 전통적인 표밭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평창은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개최권을 획득했다. 강원도와 평창만의 경사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유치사(史)에 특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이 승리는 모든 한국인의 것이자 동계올림픽의 지평을 확산시킨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인의 기쁨으로 받아들이기에 마땅하다. 꿈을 키운 자는 꿈을 이룬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준 승리의 드라마다. 평창이 내건 슬로건인 ‘뉴 호라이즌(New Horizons·새로운 지평)’은 미개척 도시를 올림픽의 장으로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세계인들에게 잘 어필한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를 성취한 이후 한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상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는 2전3기의 과정에서 하나하나 순조롭게 조성된 상서로운 분위기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쇼트트랙 강국에 머물렀던 한국은 그동안 겨울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의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를 배출했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청소년들에게 겨울스포츠 종목을 훈련시켜 12명의 청소년이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하도록 도운 ‘드림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문화의 새로운 트렌드인 ‘한류’와 IT 강국의 면모가 지구촌에 넓게 확산되면서 한국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제 우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더 많은 동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개최를 통해 한국이 빅 스포츠 개최의 강국임을 세계에 널리 알린 바 있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뛰어넘어야 한다. 또 스포츠 이벤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고용창출과 관광자원 개발, 산업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회 통합과 발전의 기회 되길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도전은 강원 발전에 대한 심각한 갈증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발전의 동력을 거의 찾을 수 없던 강원도가 오죽하면 ‘산과 물뿐인’ 평창에서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꿈꾸었겠는가. 그런 만큼 현안 과제인 알펜시아리조트 활성화, 원주∼홍천∼춘천 간 철도 연결, 원주∼강릉 간 복선철도 완공, 영동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차질 없이 이뤄내 강원도가 신동북아경제권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끌어낸 강원도민들의 화합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지방자치제 20년 역사에서 이루어낸 최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산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강원도를 건설해낼 것을 믿는다. 찢길 대로 찢겨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도 한 단계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통합의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 해묵은 이념 대립, 복지와 포퓰리즘의 긴장, 계층 갈등 같은 충돌 인자들이 들끓고 세대 간 불융합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93%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줬다. 지금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범국민적 지지를 받아온 현안이 성공의 스타트라인에 선 역사적인 순간이다. 당연히 사회를 통합·발전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게 해야 한다. 특히 정계는 이 범국민적 합의와 새로운 국운 상승 기회를 대립과 정치공방의 구습(舊習)으로 실기하지 않도록 유념해 줄 것을 당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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