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암교회 담임으로 일하면서 교회갱신과 교회성장 운동, 목회갱신을 위한 문서선교 활동도 적극 펼쳤다. 특히 한국교회가 세계를 향해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힘을 쏟았다. 그 일환으로 당시 선교 전문지에 서구 선교의 몰락을 비롯해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아시아 교회의 선교 지도자들을 소상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선교학 연구의 국내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
한국교회의 본격적 해외선교를 위해 1968년 3월 국제선교신학원(International School of Mission)을 개설했다. 신학교 졸업자들이 선교신학과 선교역사, 문화인류학 등을 연구해 세계선교에 참여토록 길을 닦는 역할이었다.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고 선교사 지망생을 개별적으로 찾아 입학시키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에 선교대학원이라면 미국 풀러신학교가 같은 해 개설한 선교대학원 하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된 미국 에즈베리신학교의 J T 시맨즈 선교학 박사는 “선교사 훈련센터가 서구 밖에서 처음으로 극동의 한국에서 시작됐다”고 학교 기관지 ‘헤럴드’에 발표했다. 복음주의동맹선교회(TEAM) 윌리엄 가필드 선교사와 OMF선교회 존 왈리스 선교사를 교수로 초빙하고 한철하 박사를 선교변증학 교수로 위촉했다. 나는 원장직을 맡았다.
첫 졸업생은 홍콩 선교사로 파송된 윤두혁 목사와 고옥현 선교사, 태국으로 떠난 신홍식 목사와 이순영 선교사, 이란으로 파송된 윤만서 목사, 브루나이로 파송된 임홍빈 목사와 오인혜 선교사 등 10여명이었다.
아시아 첫 선교기관의 탄생에 서구인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는 아직 전도할 곳이 많다’ ‘세계선교는 시기상조’라는 식이었다. 나는 선교가 백인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에 놀랐다. 더욱이 한국교회 선교는 미국 선교사들의 밑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경악했다. 영국에서는 ‘어떻게 감히 동양의 작은 나라가 대영제국의 선교단체와 동반적 관계를 갖느냐’며 힐난했다.
세계 2위 선교대국으로 성장한 지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지만 당시 서구교회는 한국교회의 선교 저력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들은 성령의 역사가 아시아에서 해같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힘과 용기를 준 사람도 있었다. 뉴욕 비블리컬신학교 설립자 중 한 명이며 1920년대부터 20년 동안 한국 선교사로 일했던 스탠리 솔토 박사였다. 테네시주 멤피스제일장로교회 목사로 일하는 그는 많은 조언을 해줬다. 선교사 선발은 교회 중심이어야 하며 충분한 선교사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철저한 훈련이 선교 실패를 막는 첩경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73년 8월 서울에서 제1회 아시아선교지도자회의를 열어 아시아의 선교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표적 선교 지도자들을 만나 상호 협력을 위한 범아시아 국제포럼 개최를 호소했다.
당시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계에서 지도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국제적 지도력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풀러신학교나 댈러스신학교 등에 연결시켜 공부하도록 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60년대 초반부터 파키스탄 선교사로 일하다 이화여대 교수로 간 전재옥 박사도 그중 한 명이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역경의 열매] 조동진 <20> 非서구 처음으로 ‘선교사 훈련센터’ 세워
서구인들 “시기상조” 냉소 이겨내고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길 닦아
조동진 목사가 1968년 3월 개설된 국제선교신학원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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