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머서대학에서 종교음악(오르간) 석사학위를 받았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기쁨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누렸는데 그중 하나가 ‘조지아주 오르간 경연대회’(석사과정 이상 부문)에서 1등을 했던 일이다. 상금 500달러와 파이프로 만든 멋진 트로피를 받으며 남편에게 “이 모든 것은 하나님과 함께 연습했던 저의 믿음에 대한 하나님의 격려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계속 공부하고 싶었지만 둘째 인경이를 낳고 키우며 학교에 다닐 여건이 되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학원 린핀코트 교수님에게 레슨만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배하는 오르간 연주자’가 되고 싶은 열정이 다시 일어났다.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학원 오르간 연주 석사과정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이 장학금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어 이야기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입학한 이듬해에는 장학금이 나오지 않았다. 행정처에 알아보니 지난해 학교의 행정 실수로 내가 장학금을 받았다는 거였다. 대학원생 중 성이 Choi(남편의 성이 최씨였기에 난 미국에서 최신애란 이름을 사용한다)란 사람의 장학금을 실수로 내게 줬다고 했다. 학교에선 자신들의 실수이므로 나에게도 주고 그분에게도 줬다고 설명했다.
실망한 표정으로 행정실을 나와 서 있는데 지나가던 학과장이 무슨 근심이 있냐고 물었다. 전후 사정을 들은 학과장은 놀랍게도 “신애 걱정하지 말아요. 어떤 분이 돌아가시면서 오르간 학과에 기부한 장학기금이 있습니다. 당신을 올해 첫 장학생으로 선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은혜였다. 마음을 다해 주님을 섬기면 주님은 사랑으로 응답하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오르간 반주로 교회를 섬겼다.
대학원 공부는 쉽지 않았다. 매일 5시간 이상 오르간 연습을 했다. 저녁식사 후 인경이를 포대기로 업고 브리스톨 채플에 가서 밤 12시까지 졸업 연주회를 준비했다. 오르간 곡은 성가곡이 많아 연주하는 동안 예배하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힘든 줄 몰랐다. 오르간 연주를 하는 동안 새근새근 평화롭게 자던 인경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미국 학교는 학년이 끝날 무렵 Honor’s Day Ceremony가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나는 매년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남편은 물론 아들과 딸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나이도 많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은 데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던 엄마가 머서대학에서 종교음악 석사학위를 받고,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전 과목 A학점으로 석사학위를 마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1999년 5월 8일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학원에서 우등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고 말없이 외조하며 리포트를 낼 때마다 가장 좋은 보고서가 되도록 지도해주던 남편에게 감사했다.
졸업과 동시에 남편이 1년 먼저 내려가 있는 애틀랜타 바이닝즈로 이사했다. 매일 새벽예배에서 오르간 연주를 하며 ‘예수님 사랑해요. 내 영혼이 하나님의 은혜로 성령의 불로 먼저 뜨거워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주일 아침에는 그날 연주할 곡들을 미리 연습하며 예배에 참석할 성도들을 위해 기도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신애 <7> 오르간 석사과정 전 과목 A학점으로 마쳐
매일 5시간 이상 아이 업고 연습, 매 학년 우수 장학금 놓치지 않아
1998년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학원 시절 연주회를 마치고 지도교수 카위튼 교수와 함께한 박신애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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