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기다림
가을이 떠나가고 있다.
가을 끝은 적막하고
다 잃어 버리고 소멸된 모습이지만
가을은 나름대로 존재하며
아픈 못짓을 하고 있는 나를 위안한다.
생의 바람은 그와 방향이 달라
그 바람따라 우리를 비껴갔지만
나는 가을이면 기다린다.
그와의 끈을 너무 쉽게 놓아버린것 같아
나는 회한의 아픈 몸짓으로 기다리고 있다
소멸한 시간과 생의 어둠 저쪽으로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
돌아올 수 없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기다림을 끝내지 못한다.
만남도 기약없고
다시 돌아옴도 가없는 일이지만
바람소리에도 그의 소리 스민듯하여
귀 기울이며 기다린다
메마르고 황폐한 가슴은
알 수 없는 울음으로 젖게하고
그 울음은 크고 깊은 물이 되어
가슴밑을 흐르는 강이 된다
밤이면 출렁대며 흐르는 강
돌아올 줄 모르는 낱말 하나가
외로운 낙엽처럼 표류하고 있는 회한의 강
그 저린 회한,
가슴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슬픔빛의 멍울,
가슴이 피멍으로 물들어도
나는 기다림을 끝낼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