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마차의 폭, 왜 1,435mm인가?
프랑스의 시인, 라 퐁테뉴가 처음으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고 했던 말과 같이 “길”은 로마의 상징과도 같은 것으로, 로마에서 길은 빼면, 로마의 역사를 전혀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로마제국 최초의 도로는 BC 312년에 완공된 “비아 아피아” 가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3세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때 사료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도로는 372개로, 총연장 약 8만5천 Km 달했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미국이 확보하고 있는 고속도로 총연장 8만8천 Km 와 비슷하지만, 속국과 연결된 도로 113개를 포함하면, 미국의 도로보다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로마제국이 건설한 도로망 대부분 정복과 군사 목적이었습니다. 도로는 로마군의 주력부대인 쌍두마차가 달릴 수 있는 폭을 기준하여 만들었습니다. 당시 쌍두마차의 폭은 4피트 8.5인치로, 미터로 환산하면, 1,435mm가 됩니다. 마차의 폭을 1,435mm로 만들게 된 것은 두 마리 말이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물리적인 폭, 즉 “두 마리 말, 엉덩이”를 더한 폭, 1,435mm가 기준이 된 것입니다.
철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의 철로의 폭을 설정할 때, 2천 년 전, 로마제국이 기준으로 삼았던 마차의 폭, 1,435mm와 동일한 폭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1846년 영국 의회는 철로의 폭을 1,435mm로 하는 표준궤를 도입한 후 이름을 “스티븐슨 게이지”라 불렀습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 전 세계 60% 이상이 표준궤간인 1,435mm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표준궤간보다 넓으면 광궤라 불렀는데, 스페인은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위협할 때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표준궤간보다 넓은 1,520mm와 1,668mm의 광궤를 선택했습니다.
미국도 남북전쟁 후 “스티븐슨 게이지” 1,435mm로 통일되었는데, 그것은 영국의 기술진들이 미국 철도를 건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435mm는 비단 철로의 넓이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8월 미국 나사에서 우주왕복선 “인데버 호”를 쏘아 올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주왕복선에 부착되는 “솔리드 로켓 부스터”는 처음 크고 입체감 있게 만들려고 했지만, 유타주에서 기차로 발사대까지 운반해야 하므로, 기차선로보다 넓게 만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나사 측은 추진 로켓 “부스터”를 기차의 선로와 동일한 1,435mm로 설계하여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우주왕복선 로켓 부스터 기준을 “두 마리 말 엉덩이를 기준으로 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사실입니다.
물리학에서 “경로의존”이란 이론은 관성의 법칙과 비슷한 이론으로, 물체가 일단 한 경로로 진입하면 계속 같은 경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2천 년 전 로마제국의 두 마리 말 엉덩이에서 시작된 마차의 폭, 1,435mm는 강철을 마음대로 녹이며 사용했던 근대 산업혁명의 힘으로도 바꾸지 못했으며, 심지어 인류 최첨단의 과학기술로도 자유롭게 바꿀 수 없었습니다.
1,435mm, 로마 마차의 폭이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부채여산”(負債如山) “, ” “현대는 과거에 빚을 진 것이 태산처럼 많다.”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금껏 구시렁거린 말을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독일의 “레오폴드 폰 랑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주었습니다.
“고대의 모든 역사가 로마라는 호수로 흘러 들어갔고, 근대의 모든 역사가 로마라는 호수로부터 다시 흘러나왔다.”
아울러 로마제국 시대에 살았던 바울은 “나는 모든 사람에게 빚진 자라”라고 표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