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읽는 성서 및 성경 공부

에스더서

열려라 에바다 2023. 8. 17. 10:35

에스더서

에스더서는 성경 중 가장 유대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세속적인 책이다. 이것은 유대 종족 보존을 위한 섭리와 그들의 주요 절기 중 하나인 부림절의 기원을 다룬다. 또한 이 책 어디에도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책의 역사성에 대해 문제들이 제기되었고 문제들애 대해 설득력있는 답변들이 주어졌는데 이 답변들에 더하여 이 책의 목적이 부림절의 기원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역사성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부림절이라는 절기의 기원을 다루는 책답게 에스더서 전체 10장의 각장마다 잔치가 주요 motif이며, 구약성경에서 나오는 24번의 ‘잔치’라는 단어 중 20번이 에스더서에 나온다. 에스더는 잔치로 시작해서 잔치로 끝난다. 이 잔치를 핵심주제로 문학적 구조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전의 주제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그 반전의 핵심은 아하수에로왕이 자신의 통치기록을 읽다가 모르드개의 선행을 발견하고 상을 주고자하는 6장이다.

에스더서에서 하나님은 왜 자신을 숨기시고 계실까? 비록 에스더서에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문학적, 신학적 공백상태를 통해 독자들은 경외감을 주는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은 그 백성이 주권적 은혜를 가징 필요로 할 때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셨다. 유다인들의 구원은 두 명의 영웅의 역할 뒤에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그 백성들을 복주시고자 계획하시고 그것을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에 의해서 주어졌다.

하나님의 섭리는 에스더서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주제 중 하나이다. 하나님은 암묵적 수단을 통해서 그 선하신 계획을 성취하고 계신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왕을 찾아가도록 하면서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4:14) 하였고 하만의 아내는 하만이 수치를 당하자 ‘모르드개가 과연 유다 족속이면 당신이 그 앞에서 굴욕을 당하기 시작하였으니 능히 저를 이기지 못하고 분명히 그 앞에 엎드러지리이다’(6:13) 하였다. 이 말들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를 내포하고 있다. 모르드개가 왕에 대한 역모를 엿듣거나 왕이 자신의 통치내력을 읽게 된 일, 왕이 다시 왕후에게 왔을 때 하만이 에스더 위에 엎드리고 있었던 일들은 모두 우연의 일치로 보인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나 행운은 바로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준다. 여기엔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이 없다. 하나님의 이름도 없고 하나님의 존재도 안보인다. 하지만 하나님은 분명히 일하고 계셨고 임재해 계셨다. 이런 점에서 에스더는 과거 하나님의 기적이 풍부했던 때와 달리 오늘날 우리 신자들의 삶과 더욱 공통점을 가진다.

에스더서가 가지는 구조적 특징인 반전의 주제는 성경 전체에서 발견된다. 에덴 동산에서 하나님의 심판은 구속의 씨에 대한 약속으로 반전된다. 홍해 앞에 다달아 멸망 위기에 처한 백성들은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한다.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는 3일만에 부활하신다. 바사의 유다인들은 멸족의 위기로 슬퍼하는 대신 원수를 진멸함으로 기뻐하게 되고 애통하는 대신 잔치하며 절기를 지키게 된다.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의 삶도 이처럼 위기로부터 보존해 주신다. 그 백성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은 어떤 위기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이루어진다.

본서에는 코미디적 요소가 다분하다. 자신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 왕후로 인해 남편에게 복종하는 법을 만든 왕의 모습이나 잠이 오지 않아 그 많은 읽을 것들 중에서 자신의 통치기록을 읽는 일이 그렇다. 아하수에로 왕은 세계 최고 제국의 왕이었으나 자신의 가정 하나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고, 문제 앞에서 갈팡질팡하며, 신하들에게 휘둘린다. 이러한 묘사의 목적은 세상의 최고의 군주일지라도 하나님과는 견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에스더서에 나타나는 아각 사람 하만과 기스의 증손 모르드개의 긴장관계는 아각과 사울, 아말렉 족속과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 에서와 야곱, 그리고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까지 그 기원을 찾아갈 수 있다.

 

 


 에스더서의 시대적 배경은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 재위 시기(주전 486-465)이니 1차 귀환 공동체가 예루살렘에서 성전을 완공한 후(주전 516) 에스라(주전 458)느헤미야(주전 445)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일 것이다. 에스라 느헤미야서가 귀환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하였다면 에스더서는 귀환하지 않고 페르시아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디아스포라 유대 공동체에 대한 기록이다. 예루살렘 멸망이 이스라엘에 가져온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예루살렘과 유대땅에 살고 있지 않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아주 많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 언급되지 않으며 기도나 희생 제사를 통해 그를 경배하는 모습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정경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70인경과 기독교 성경에서 에스더서를 역사서에 포함시킨 것 처럼 전통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히브리 성경에서 에스라서는 시가서나 지혜서가 포함된 성문서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은 이 책이 지혜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 에스더서의 저자는 아이러니,풍자, 반복적인 모티브들을 상당히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지혜문학적인 모티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의 역사적인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부림절이라는 유대교 축제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9:18-10:3)  그러면 이 책은 하나님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가? 에스더의 저자는 주인공이 언급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범한 문학적인 천재였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의 주권성에 대한 교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운명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와 목적들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순종과 신실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에스더서 4장 13-14절은 인간의 책임과 하나님의 섭리를 놀랍게 종합시켜주는 다른 수많은 성경구절들과  맞닿아있다.(예를 들면 욜 2:32, 마26:24, 행2:23, 행 3:18-19)

 

 에스더서는 성경에 기록된 다른 구속사적 사건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데 두드러진 것은 이스라엘과 아멜렉 족속간의 계속적인 갈등이다. 베냐민 족속인 모르드개와 아말렉 족속인 하만의 족보는 이런 갈등을 도입한다.  사울과 아각의 후손간의 이런 갈등은 이스라엘과 아말렉 족속간의 오랜 반감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에스더서의 상당 부분은 유대인과 이방인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쏟으면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비록 이방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방 권력에 맹종할 필요가 없이 유대교에 충성하면서도 여전히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에스더서가 비록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는 하나님과 그 분의 율법에 대한 충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모두 이방 왕실의 후원과 보호아래 공동체의 변화와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본토로 귀환한 자들이나 이방 땅에 여전히 남아있는 자들이나 동일하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유일하신 참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며 살아갈 것인지를 이 책들은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들은 낯선 땅과 환경속에서 야훼 신앙을 고수하려는 노력과 분투의 맥락을 보여준다. 포로 후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들에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신언이나 이적이 나타나지 않지만 율법책과 그들이 알고 깨닫는 하나님의 이해에 따라 부르심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드린 시기였다고 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하나님 없이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