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쉽게 빠지는 양육 방식의 5가지 오류
◆1.첫 번째 덫 : 간섭 _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독이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첫 번째 방법으로 아이의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을 기어이 찾아내고 만다. 하지만 잡초는 뽑아내면 뽑아낼수록 더욱 억세게 자라나기 마련.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이의 문제 행동 역시 점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무성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그릇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 떠올려보자. 애정 어린 목소리로 잘 타일러보기도 하고, 때로는 애원하거나 윽박질러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알아듣는 척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부모가 신경을 쓰면 쓸수록 아이들은 더 자주, 더 집요하게 그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를 길들이는 아이들
처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았던 감격적인 순간의 다짐을 기억하는가. 집안일을 하거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행여 엄마 아빠를 찾지는 않을까 잠든 아이의 얼굴을 열 번도 넘게 들여다봤을 것이다. 또 아이가 보챌 때마다 부리나케 달려가 덥석 안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고 토닥여주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아이는 자신의 생존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왜 우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정신없이 달려가 안아준다. 이러한 조건 반사적 반응이 되풀이되면서 아이의 행동 패턴은 점점 굳어진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기한테 늘 관심을 쏟고 반응할 수 있도록 부모를 길들이는 것. 갓난아기 적부터 아이가 보챌 때마다 달려가 버릇하던 엄마들은 아이가 유치원생이 돼도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부모가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쏟거나 과하게 반응할수록 또 다른 잡초들이 자란다는 사실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즉시 뛰어들어 대응하는 것은 잡초에 비료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흔히 부모들은 아이에게 "징징대지 않고 제대로 말하면 주스 줄게"라고 말하면서 '알아듣도록 얘기하면 결국 멈추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아이의 생각도 그럴까? 오히려 아이는 '계속 보채면 엄마가 내 옆에 붙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엄마는 엄마대로 끝없이 타이르고 달래기를 반복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점점 더 집요하게 매달리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엄마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징징대고 보채는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비로소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짜증을 내는 것보다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낀다면 아이는 당연히 그 방법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 스스로 다른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개입함으로써 그 기회를 놓쳐버린다. 즉,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이를 향한 부모의 지나친 간심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2.두 번째 덫 : 모면 _ 일회용 처방이 문제다
아이가 떼쓰고 소리를 지를 때는? 인터넷이나 책,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답'은 알지만 실제 상황에 닥치면 이를 기억해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일회용 밴드' 전략을 사용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국은 딱 그 순간만 어찌어찌 넘기려고 미봉책을 쓰는 것. '초콜릿 사줄게', '게임 해', '딱 오늘까지만이야, 내일부터는 꼭 해'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결과는 같다. 일회용 밴드 전략은 딱 그 순간의 출혈을 억제하는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TIP. 엄마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 처방
상기시키기_ 내일 할머니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why:아이가 무례하게 굴어서 난처해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경쟁심 유도_ 가장 먼저 차에 타는 사람이 원하는 자리에 앉게 해줄게. why: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선심 쓰기_ 유치원 다녀오느라 힘들었을 테니까 오늘은 장난감 정리 엄마가 해줄게. 하지만 내일은 네가 해야 해. why: 아이에게 잔소리하기 싫어서
버리기_ 동생하고 사이좋게 안 놀면 게임기 갖다 버릴 거야. why: 형제 싸움에 지쳐서
벌주기_ 한 번만 더 그러면 텔레비전 다시 못 볼 줄 알아. why: 딱히 어떤 벌을 줘야 할지 생각나는 게 없어서
받아주기_ 이번만 사탕 사줄게.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사줄 거야. why: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지 않으려고, 혹은 아이의 짜증 때문에 기대했던 시간을 망칠까봐
◆3.세 번째 덫 : 헌신 _ 헌신과 사랑을 구분하라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또래와 잘 어울리는 등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훈육'은 사라지고 엄마의 '헌신'만 남게 된다. 당신의 일상을 살펴보라. 집 안을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 가정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에게 양치질과 식사 예절을 가르치고 준비물을 대신 챙겨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족에게 언제나 '잘 정돈된 생활'을 제공하는 일은 엄마의 가장 큰 임무가 돼 있다. '아이도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 '애들은 원래 어지르기 마련이야. 커서는 잘 정리하겠지만 아직 어린데 꼭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애들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잘 챙겨야지.' 이런 생각으로 엄마가 아닌 '가정부'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진 않은지 곰곰이 되돌아보자.
◇부모가 아이를 바보로 만든다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컨트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모가 있다. 이들은 가정부 역할도 기꺼이 수행한다. 사실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게 편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시간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등을 줄줄 외우고 다닌다. '가방 챙겨라', '간식 먹어라', '학습지 해라' 날마다 잔소리가 끝없이 반복된다. 아이들에게 나가 놀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도 주지 않는다.
그럼 혹시 아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게 싫은 걸까? 아니다. 사실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갈등을 빚거나 상황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자기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배우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받지 못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오늘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들의 부모 세대가 너무 '헌신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부모는 언제나 아이에게 꼭 필요할까?
많은 부모들이 필요 이상으로 아이가 할 일을 대신 해주면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있다. 미숙하기 때문에 단지 도와주는 거라고, 아이와 더 깊은 유대감을 쌓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자기 옆에 아이를 더 가까이 두기 위해서는 아닌지. 양육 전문가들은 자신의 행동이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가정부 역할을 지속하는 부모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 이것은 아이의 필요와는 상관없는 문제다. 아이를 부모 곁에 묶어두는 것이 아이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4.네 번째 덫 : 불안 _ 두려움이 문제다
아이는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그릇을 깨고 옷에 흙탕물을 묻히고 벽에 낙서를 해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짜증이 난 나머지 번번이 아이에게 고함을 질러대고 나면 문득 '나는 과연 좋은 부모일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토록 사랑스럽던 아이가 점점 골칫덩어리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과 두려움, 희망과 의지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든다. 물론 당신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아이를 사랑할 것이다.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보다 지혜롭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이를 내버려두면 정말 큰일 날까?
부모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면 큰일 날 거라는 두려움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인 양 휘젓고 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괴롭고, 그런 아이들을 그냥 놔둬선 안 된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편치 않다.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한 부모의 불안한 마음은 대부분 아이를 통제하려는 욕구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실은 부모도 알고 있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단번에 고치지 못할 거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그 두려움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모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은 사실 부모 스스로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일 뿐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콕 집어 말하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가 더 문제일 때가 많다.
◆5.다섯 번째 덫 : 착각 _ 부모가 항상 옳지는 않다
아이가 실수하거나 여러 번 시도해도 잘하지 못하면 '아이를 믿을 수 없어'라고 마음대로 단정 짓게 된다. 그래서 돌려 막듯이 아이의 일회용 밴드 전략을 사용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아이의 일을 대신 해주고, 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앞에서는 늘 망설이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부모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 또 다른 전략을 찾아 나선다.
이 끝없는 소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생각'이다.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재점검해보지 않는 한 아이에게 어떤 전략을 구사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같은 궤도만 빙글빙글 돌게 될 뿐이다.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생각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전략은 늘 더 많은 전략을 필요로 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면 기존의 모든 전략이 불필요해진다. 오랫동안 문제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정말로 문제인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부모의 생각 전환을 위한 질문
▶ 아이의 짜증이 문제일까, 같이 화를 내는 부모가 문제일까?
▶ 아이의 나쁜 버릇이 문제일까, 그것을 비판하는 부모가 문제일까?
▶ 아이의 투정이 문제일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부모가 문제일까?
▶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문제일까, 사사건건 요구하는 부모가 문제일까?
▶ 아침마다 난리법석을 떠는 아이가 문제일까, 할 일은 스스로 하도록 제대로 훈련을 못 시킨 게 문제일까?
▶ 비협조적인 아이가 문제일까, 아이를 비난하고 지적하는 부모가 문제일까?
▶ 아이의 태도가 문제일까, 그것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부모의 생각이 문제일까?
◇관점을 바꾸면 관계도 바뀐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부모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면서 마음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물론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아이와의 관계는 보다 성공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부모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1.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다손 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결정하는 것을 존중하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2. 아이의 실패를 인정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게끔 책임을 대신 지려고 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책임을 모면하게끔 해준다. 이 경우 아이는 실패를 통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 때로는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아이 스스로 책임을 지게끔 내버려두자. 훗날의 더 큰 성공을 위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이 그리 대수겠는가.
3. 아이의 할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 아이가 입을 벌리고 부모의 숟가락질을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숟가락질을 하게끔 요구하라. 비록 아이가 충분한 양을 먹지 않더라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4. 긍정적 예측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미래는 결국 잘될 것이고, 지금 어려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잘 안 되면 연습하라. 낙관주의도 학습에 의해서 생겨날 수 있다.
5. 부모가 항상 옳다는 생각을 버린다. 부모는 결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의 주역은 결국 아이가 될 것임을 인정하라. 부모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면 아이는 어느 틈에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6.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준 다음에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데 이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해결사보다는 '조언자'가 되어야 문제를 더 잘 해결해줄 수 있다.
7.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아이의 발달 수준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라. 즉, 자녀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과소평가나 과대평가를 피해야 한다.
8. 자녀와 부모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독립된 개체임을 인정하라. 자녀가 내 일부 또는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록 어리고 미숙해서 부모인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독립할 것이고 지금 현재도 나름대로 생각과 감정을 지닌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말자.
9. 불안 리스트를 적어본다. 어떤 것이 통제 불능이며 두려운 상태인지 떠오르는 대로 한번 적어볼 것. 맞건 틀리건 상관없다. 최악의 시나리오일지라도 그저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에 불과하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 대부분의 경우 두려움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다가와 마음에 들러붙는다. 다 적고 나면 진짜 염려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혀 근거가 없는 걱정거리는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획 한보미 기자 | 사진 이성우 |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 참고도서 < 부모의 5가지 덫 > (비키 호플 지음, 예담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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