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람
열왕기상 21:11~29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입니다. 생각이 비틀린 사람은 말과 행동이 거칠고 무섭습니다. 어쩌다 눈길이 마주쳤다고 욕설을 퍼붓고 좁은 골목길에서 어깨가 부딪쳤다고 시비를 거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가 되곤 합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으면서 흉기를 휘둘러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묻지마 폭행’도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문제화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사회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공포감을 느낀 이들은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사회가 되었을까요? 이런 흐름이 줄어들기는커녕 왜 더 악화되고 많아지는 걸까요?
이런 현상의 이유로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는 친인척·이웃과의 단절을 가져왔습니다. 가족 해체와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 신자유주의의 폐해, 고용 불안, 학교 폭력, 각종 중독, 인터넷의 보편화와 스마트폰도 그 원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을 도구로 보는 시선, 사람을 목적화하지 않고 수단화하는 가치관이 문제입니다. 이 나라 사법부는 작은 잘못에 큰 징계를 내리거나 큰 잘못을 아예 못 본 체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신자유주의를 신앙하는 천박한 시민들은 불의에는 잘도 참으면서 불편을 참지 못합니다. 불의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거짓말을 입에 담고 살고,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목적을 이루면 잘했다고 평가하는 세상입니다. 대통령 가족부터 그 모양입니다. 오직 힘만 숭배되는 세상입니다. 오늘 이 땅에서 펼쳐지는 모습과 악한 왕 아합과 그의 아내 이세벨이 좋은 포도원 하나를 얻기 위하여 나봇을 살해하는 그 세상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정신이 제대로 든 사람일수록 이런 사회를 경계하고 담을 쌓기 마련입니다. 도리어 이런 세상을 무사안일하게 사는 사람이 미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미치지 않고는 이런 세상을 천하 태평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통하여 악한 아합왕에게 심판을 예고하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재앙을 내려 너를 쓸어 버리되, 너 아합 가문에 속한 남자는 종이든지 자유인이든지, 씨도 남기지 않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없애 버리겠다”(21:20~21). 사악한 이세벨에 대하여서도 “개들이 이스르엘 성 밖에서 이세벨의 주검을 찢어 먹을 것이다”며(21:23) “아합 가문에 속한 사람은, 성 안에서 죽으면 개들이 찢어 먹을 것이고, 성 밖에서 죽으면 하늘의 새들이 쪼아 먹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21:20~24). 적합한 인과율입니다. 아합과 이세벨 심보로 사는 이들은 새겨들을 말씀입니다.
60년도 훌쩍 넘게 살아온 삶인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대하는 게 두렵습니다. 상대에게서 무지와 위선과 독선, 그리고 허세와 위장을 볼까 두렵고, 제게도 그런 흔적이 드러날까 겁이 납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훌륭해서 가까이 가기가 두렵고 어떤 사람은 아는 척하는 게 너무 많아서 어울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제 인사동에서 시드니의 홍길복 목사님과 사모님을 뵈었습니다. 홍 목사님은 제 부친의 멘토이기도 하셨고 제게도 곁을 많이 내어주신 분이십니다. 마침 시드니인문학교실의 두 번째 인문학 여행을 마치고 고국을 들리셔서 허름한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인사하고 담소할 수 있었습니다. 천 권사님과 주 교수님 부부와 구 교수님 부부, 그리고 이번에 《장기려 평전》을 쓰신 지강 선생님도 뵐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오랜만에 뵈어도 엊그제 만난 듯하고, 처음 만나도 오랜 지기 같은 모습이 좋았습니다.
하나님, 교회가 이렇게 많은 나라에 인간불신 풍조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교회에 몸담아 산 지난 시절이 송구합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사람이 무섭지 않은 세상을 기도합니다.
2023. 10. 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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