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읽는 성서 및 성경 공부

아가서 연구와 아가서의 중요성

열려라 에바다 2024. 2. 16. 11:49

1. 아가서 연구의 중요성

 

아가서는 성경 중에서 해석하기가 어려운 책 중의 하나이다. 아가서를 해석하기 어려운 책으로 여기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파악된다. 우선 아가서는 풍부한 상상들을 압축된 시적 언어로 표현한 서정시체의 책이다. 또한 아가서는 외견상 뚜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아가서는 배경이 되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나 경험들이 모두 내용 뒤에 숨어있고 단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고백들이 대화형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아가서는 마치 단편적인 사랑 노래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아가서의 압축된 시적 표현이나 일관성 없어 보이는 내용 전개 등은 이 책을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역사적으로 아가서를 해석하는 여러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가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여도 그 책이 정경 속에 들어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아기서는 우리들의 신앙과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주의 깊게 보지 못하였던 아가서 연구를 통하여 각자의 신앙 성숙은 물론 사랑이 넘치는 풍부한 삶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가서는 특별히 부부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결혼의 중요성과 함께 결혼생활에서 부부간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으며 그런 사랑이 회복되는 은혜가 있기를 기대한다.

 

유대인들에게 아가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 그것은 아가서가 유대인들의 명절에 낭독되는 성경 다섯 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가서는 특별히 유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인 유월절 기간 동안 회당에서 낭독되었다.

 

참고적으로, 명절과 관련된 다섯 권의 책들은 아가서를 비롯하여 룻기, 에스더서, 예레미야 애가, 전도서이다. 유월절에는 아가서가 낭독되고 오순절에는 룻기가 낭독되었다. 초막절에는 전도서가 낭독ㄷ었으며, 에스더서는 부림절에 낭독되었다. 그리고 애가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날인 아브월 9일에 낭독된다. 이 다섯 권의 책을 유대교에서는 특별히 '하메쉬 메길롯트' 즉 '다섯 개의 두루마리'라고 부른다.

 

아가서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개역 성경의 순서에서 볼 때 전도서 다음에 위치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히브리어 성경에서도 아가서는 룻기와 전도서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전도서와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이가서와 전도서가 서로 가깝게 위치되어 있는 것은 이 두 권의 책이 우리들의 영적 생활에 균형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전도서는 우리들의 지성과 정신적 생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아가서는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감성 곧 사랑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전도서의 중심 메시지는 인생이 하나님을 위하여 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점인 반면, 아가서는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의 핵심임을 전해준다. 그런 점에서 전도서와 아가서는 우리들이 머리와 가슴을 다함께 하나님께 드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2. 아가서의 명칭

 

우리말 개역 성경에서 '아가서'라고 번역된 히브리어의 본래 명칭은 '시르 하시림'이다. 그 명칭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노래 중의 노래'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왕 중의 왕'이나 '만주의 주'처럼 최상급을 나타내는 히브리식 어법이다. 성경에 따르면, 솔로몬이 1005개의 노래를 지었는데(왕상 4:32), 이 많은 노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노래가 곧 '아가서'이다.

 

아가서를 영어 성경에서는 'Canticles'라고 부른다. 이것은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의 'canticum canticorum'에서 파생된 명칭인데, 그 역시 '노래 중의 노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3. 아가서 내용의 특징

 

아가서는 성경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들을 지닌다.

 

(1) 첫째로, 에스더서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8:6에서 단 한번 '여호와'가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아가서에서는 세속적 성격의 청춘 남녀의 사랑, 신랑 신부 사이의 대화들, 그리고 노골적인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노래 등으로 가득 차 있다.

 

(2) 아가서에는 계시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찬송, 기도, 회개와 같은 의례적인 종교적 언어도 찾아 볼 수 없다. 인간의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와의 신령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3) 아가서는 신약성경 어디에서도 인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아가서의 내용은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 아가서는 표현 속에서 강조된 세속적 성향 때문에 잘못 읽으면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13세 성년식이 있기 전에는 아가서 읽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4. 아가서의 문학적 특징

 

(1) 엄격한 의미에서 아가서는 지혜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아가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양식은 교훈이나 논쟁이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창조자의 선물로 생각하는 것이나 인간 생활의 중요한 규범으로 여기는 것은 지혜자들의 사상과 매우 유사하다.

 

(2) 아가서의 대부분은 사랑하는 자와 사랑 받는 자 사이의 대화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의 상당 부분은 상대방이 옆에 없을 때 상상으로 말하는 독백형식의 내용이다. 아가서 안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과 관련된 시들이 발견된다. 이들 대부분은 연인 각자가 상대방의 아름다움을 수사적인 언어로 묘사의 노래들이다.

 

(a) 남자가 여자에 대한 묘사(4:1-7; 6:4-7; 7:1-9)

(b) 여자가 남자에 대한 묘사(5:10-16)

(c) 여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겸손하게 낮추는 자기 묘사들(1:5, 6; 2:1; 8:10)

(d) 사랑하는 사람의 옷이나 장신구 등을 예찬하는 찬탄의 노래(1:9-11; 4:9-11)

(e)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열망하는 갈망의 노래(1:2-4; 2:5,6; 8:1-4, 6, 7) 이런 노래들은 서로 떨어져 있음이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일으켜 줌을 강조한다.

(f) 두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여자의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다니는 이야기(3:1-4; 5:2-7) 이런 내용들은 여자의 강렬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아가서에는 그림 같은 풍부한 표현을 통하여 사랑의 따뜻함과 강력함을 보여준다. 연인들의 육체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정렬적인 욕망을 너무도 솔직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색정적이지는 않다. 

 

 

8. 아가서의 해석 이론들

 

아가서를 해석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주장되어 왔으나 그 중에서 네 가지 해석 이론이 대표적이다. 곧 문자적 해석, 풍유적 해석, 결합된 해석, 모형론 해석이 그것이다.

 

(1) 문자적 해석(literal interpretation): 아가서는 인간 사람의 찬가로서, 일반적인 결혼 혹은 사랑의 노래들을 수집한 것으로 해석한다. 아가서에는 어떠한 영적인 교훈이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의 의도는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성혼의 사랑은 그 자체가 좋고 온전하므로 천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인간의 사랑은 결혼에서만 그 모든 애정의 측면들이 올바로 성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아가서는 우리들에게 사랑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인간의 육체를 지으신 하나님의 창조의 솜씨를 찬양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우리 부부들의 사랑에 흠이 많이 있음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견해에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아가서를 단지 인간의 육적인 결혼이나 사랑만을 찬양하고 노래하기 위하여 기록되었다고 보는 점이다. 아가서는 인간의 깊고 순순한 사람을 통하여 도덕적이고 영적인 교훈을 주기 위하여 기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풍유적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 아가서를 순전히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즉 아가서를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단지 그 내용을 풍유적으로 비유하여 영적인 교훈을 얻으려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유대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해석이다. 유대인들의 풍유적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에 나오는 신랑은 여호와 하나님이시고, 신부는 이스라엘의 회중이다. 그러므로 아가서는 여호와 하나님과 선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관계를 표현하는 노래이다.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8:6에 단 한번 나오는 아가서를 정경 속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도 유대인들의 이러한 풍유적 해석 때문이었다. 이런 해석에 근거하여 아가서는 유대인의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유월절 명절에 각 회당에서 낭송되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유월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이 곧 남녀의 사랑으로 표현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풍유적 해석은 오리겐(AD 186-254년) 이후 기독교 교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의 풍유적 해석에 따르면, 아가서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교회와의 관계를 표현한 노래이다.

 

풍유적 해석에는 여러 가지 약점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가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성은 그 내용을 풍유적 해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생생하다는 점이다. 솔로몬 왕의 이름과 함께 왕의 침상에 대한 설명이나 이스라엘의 여러 지명들은 모두가 이가서의 내용이 솔로몬 왕의 생애와 관련된 것임을 보여준다. 무려 15번 이상이나 언급되고 있는 지명들은 실제 장소라는 점을 이 해석은 간과하고 있다. 또한 아가서의 내용 모두는 영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전제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건전한 해석의 원리를 따르기 보다는 기발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과연 아가서에 나오는 식물이나 향초에 독특하고 중요한 영적인 교훈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가?

 

(3) 결합된 해석(combined interpretation): 앞에서 언급한 문자적 해석과 풍유적 해석을 조화롭게 결합시킨 해석이다. 아가서가 보여주는 인간의 순수하고 고귀한 사랑은 유혹이 많고 바른 결혼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오늘의 세대에 큰 교훈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경에 포함된 아가서의 의도는 인간의 순수한 사랑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더 차원 높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아가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며 인간의 어떠한 사랑보다 더 높은 그리스도의 구속적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솔로몬의 사랑을 노래하는 아가서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그 본문이 전해주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교훈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균형 있는 해석으로 여겨진다.

 

(4) 모형론 해석(typical interpretation): 이 해석은 아가서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어떠한 영적 진리에 대한 암시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풍유적 해석에서처럼 그런 암시들을 특정된 영적 진리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은 여호와와 그의 백성과의 사랑을 예표적으로 보여주며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와의 관계를 예표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형론 해석은 아가서의 역사성과 영적인 교훈을 동시에 강조한다는 점에서 결합된 해석과 유사하다. 그러나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과의 사랑이 단지 예표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9. 아가서의 목적

 

(1) 아가서가 보여주는 표면적이고 일차적인 내용은 인간 사이의 고귀한 사랑에 관한 것이다. 아가서는 인간의 사랑이 하나님의 위대하고 놀라운 선물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가서는 확장된 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금욕주의가 성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님에 의하여 설정된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육체적인 사랑의 본질적 선함과 정당성이 거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아가서는 극단적인 성적 추구나 남용과, 금욕주의라는 또 다른 극단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대담한 언어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가서에 등장하는 한 쌍의 연인의 사랑은 시작 부분에서부터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강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힘은 절정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주제를 독창적이고 섬세하게 반복하여 묘사하는 데에 있다. 사랑하는 자는 떨어져 있을 때에도 상대방을 갈망하고(3:1-5), 함께 있을 때에도 완전한 즐거움을 누린다(7장). 왕궁의 찬란함 속에서도(1:2-4) 전원의 고요함 속에서도(7:11 이하) 사랑의 풍요로움을 경험한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물도 그 뜨거움을 끄지 못하고 홍수도 엄몰하지 못한다. 그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도저히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8:6, 7).

 

(2) 아가서는 결혼한 두 부부의 육체적 관계를 포함한 인간의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영(E. J. Young)에 의하면, "아가서는 단지 인간의 사랑의 순결성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경의 한 부분으로서 이 책은 우리 인간의 사랑보다 더 순결한 한 사랑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그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이상적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이상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울이 에베소서에서 부부간의 사랑을 설명하면서(5:22-33) 부부의 사랑은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임을 밝힌 것도 이런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바울은 부부의 관계와 그리스도-교회의 관계를 큰 비밀이라고 천명하였다.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엡 5: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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