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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거짓말은 잘못되었는가?

열려라 에바다 2024. 5. 29. 08:53

선의의 거짓말은 잘못되었는가?

가벼운 거짓말의 일상생활

"괜찮아요, 안 아파요." "밥 먹고 왔어요."

엄마가 염려하지 않도록 또 성가시게 하지 않기 위해

자녀들은 종종 이처럼 가벼운 거짓말을 하곤 한다.

"아, 맛있다. 얼마나 맛있는데..." 감

기 걸린 아기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엄마는 거짓말을 자주 한다.

"지갑은 안 갖고 나왔어요."

길거리에서 차비가 없다며 기차표 살 돈을 부탁하는 약간은 사기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의식하든 못하든 이런 류의 거짓말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위와 같은 거짓말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든지

도덕적인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우리 가운데 얼마나 될까?

실제로 이와 같은 거짓말은 우리 가운데서 상당히 일상화되어 있다.

물론 자기의 유익을 위해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지만,

남을 배려하기 위한 동기로 하는 거짓말 그리고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거짓말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2000년 5월에 뉴욕 타임즈가 성인들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의하면,

미국 성인들은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을 도덕적으로 문제시 될 것 없고

때로는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한 바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독교인들은

선의의 거짓말과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거짓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선의의 거짓말과 9계명

선의의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기에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이다.

 

십계명의 9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지니라"(출 20:16)와,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으로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엡 4:25)는 말씀과

"거짓말하는 자는 멸하시느니라"(시 6:5)는 말씀을 근거로

기독교인은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십계명의 제9계명을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 9계명을 어기는 것이고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할 때마다 거론되는 고전적인 예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점령하여

그곳에 있는 유대인을 죽이기 위해 수색하고 있었다.

하루는 독일군이 유대인이 숨어 있는 곳을 탐문하여 한 가정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 집주인은 과연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인가?

만약 "없다"라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유대인을 보호했다면 9계명을 어기는 것이고 악을 행한 것인가?

 

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볼 때 "없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결코 9계명을 범했거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9계명에는 진실해야 하고 사실이 아닌 말을 하지 말라는 요구가 담겨있다.

그러나 9계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으로 볼 수 없다.

9계명이 강조하는 것은 이웃을 해할 의도로 거짓 증거하지 말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러기에 독일군에게 "없다"고 하여 유대인의 생명을 보호한 것은

비록 거짓말이기는 하나 9계명이 의도하는 바를 어기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경우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제6계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 될 수 있고,

9계명의 부수적인 내용을 어기는 것이기에 9계명의 핵심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불신자가 어떤 경우에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불신 부모의 말을 순종하지 않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애굽 산파와 기생 라합성경은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행한 소위 '선의의 거짓말'을 정죄하지 않는다.

 

유대인이 남아를 출산하면 죽이도록 한 애굽 왕의 명령을 거부하고

아이들을 살려 준 애굽의 산파 십브라와 부아에 관한 기사나

이스라엘의 정탐꾼을 살려 주기 위해 가나안의 군사들에게 거짓말을 하였던 기생 라합에 관한 기사는

이에 관한 대표적인 예이다(출 1:15-21 ; 수 2:4-6).

 

성경은 산파와 라합을 정죄하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한다.

출애굽기에서는 산파의 거짓말이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에 근거한 것이었고

그 결과는 하나님의 축복이었다고 말하고 있다(출 1:20, 21).

 

히브리서는 라합이 정탐꾼을 평안히 영접한 것을 믿음의 행위로 칭찬하고 있고(히 11:31),

특히 야고보서는 정탐꾼을 다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한 기생 라합을 가리켜

"행함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약 2:25).

만약 라합이 군사에게 진실을 말했다고 하면 정탐꾼은 다른 길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위의 경우와 같은 거짓말은,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기에

윤리학 용어로 '봉사의 거짓말'(mendacium officiosum) 또는 '필요한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의 라틴어 뜻은 이웃의 유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 거짓말은 기독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거나 계명을 저촉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거짓말이 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전쟁 당시에 행하는 군사적인 거짓 행위도

성경에서는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수 8:1-26).

 

아브라함과 이삭이 자기 생명을 위해 아내를 누이라 속이는 거짓말과 달리,

이웃의 유익을 위해 행하는 라합과 십브라와 부아의 거짓말과 같은

선의의 거짓말곧 필요의 거짓말은 기독교 윤리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있다.

 

죽어 가는 환자에 관련된 거짓말도덕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또 다른 거짓말이 유형은 남을 돕기 위한 사랑의 동기에 의해 하는 거짓말이다.

 

이는 의사가 중병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말해 주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와 관계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경우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태를 알려 준다.

그래서 환자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가족들의 몫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연 가족들은 죽어 가는 환자에게 정확한 상태를 말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가?

 

실제로 이와 같은 경우에 처하면 가족들은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진실을 말하게 될 때 환자가 엄청난 충격을 받아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해악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암으로 곧 죽게 될 사람이 생존 가능한 기간이 얼마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환자는 망연자실하게 되어 그나마 갖고 있던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게 될 가능성이 있고,

때로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죽음을 재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은 파괴적인 살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아질 수 있다.

그런 경우가 예상될 때에도 진실을 말해야 하며 또 그것을 감추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인가?

반면에 예상되는 정신적 영향을 우려하여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 것 역시 환자에게 상당한 해악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거짓말은 환자에게 자신이 처한 정확한 현실과 상태를 파악하고 직시하게 할 수 잇는 기회와 자유를 박탈한다.

 

그래서 환자는 의미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해 생을 정리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환자는 자신과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이때까지 추구해 온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는 순간을 확보해야 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하기를 원할 수도 있는데,

진실을 알지 못하므로 정작 본인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환자를 성숙한 성인으로 대하기보다는 미숙한 유아처럼 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 결국 환자가 수동적으로 임박한 죽음을 대면하게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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