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의 두 번째(F2) 교회조직(Framework)에서는 감소하는 교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조직과 직분 제도의 난맥상, 대안을 짚어본다.

직분은 교인의 영적 성숙이 드러나는 증거이자 교회라는 유기적 공동체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성경은 직분을 사람이 취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도와 안수를 통해 공동체가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삶의 자리(고전 7:20), 곧 섬기는 종으로서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 장로와 권사, 집사 임직은 대부분 교단 헌법과 지교회 규칙에 따라 공동의회에서 결정된다. 장로와 안수집사의 경우 후보 추천권은 보통 당회가 갖고 있으며 투표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선출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민주적이고 권위 있어야 할 선거 절차는 해마다 교회를 내홍으로 몰아넣는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선거에서 낙마하거나 후보조차 되지 못한 교인이 상처를 입고 공동체를 떠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교회 직분을 계급으로 오용해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반면 직분을 무거운 짐으로 여겨 기피하는 경우도 최근 늘고 있다.
지난해 장로 후보로 추천된 경기도 파주의 60대 A집사는 장고 끝에 고사했다. 그는 관례적인 임직 헌금과 일방적 헌신 요구를 거절의 이유로 꼽았다. A집사는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예전에는 직분이 명예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책임만 크고 보람은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권위주의적인 당회 문화 속에서 반대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의무와 헌금 부담만 전가되는 구조라면 차라리 집사로 남는 게 신앙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부 교회에서는 임직 과정이 ‘충성 경쟁’의 도구가 되는 부작용도 드러난다. 봉사해야 하고 누적 헌금액에 대한 부담 속에서 몇몇 교인은 하나님 앞에서의 소명보다 목회자 눈에 들기 위해 더욱 열심을 낸다.
서울 송파구 B교회 행정 담당이었던 C목사는 신망 두터운 한 집사가 임직에서 배제된 사례를 전했다. 그는 “당시 사달의 원인이 목회자의 독단적 행정과 재정 운영에 대한 쓴소리에 있었다”면서 “당시 목사님은 임직권을 순종적인 인물로 당회를 구성하려는 정치적 카드로 쓰셨다”고 꼬집었다.
임직 후보자 간의 충성 경쟁 역시 폐단으로 꼽힌다. 경기도 고양 D교회 E집사는 “임직 후보자들이 목회자와 장로들 눈에 들기 위해 서로 견제하며 지나친 경쟁을 벌였다”면서 “성도를 세우는 임직이 기득권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무기로 변질한 것 같아 씁쓸했다”고 했다.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성경적 본질이 사라진 직분의 계급화’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성경이 말하는 직분은 계급이 아닌 직임으로 나뉘어 있다”며 “목사는 말씀을 가르치고 성례를 집례하며 장로는 교인을 돌보는 고유 직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칼뱅이 한시적 임기제를 운용했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지금이라도 계급적 직분제를 내려놓고 성경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경이 말하는 직분의 본질을 지키고 공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기 위해 ‘직분 임기제’와 같은 제도적 대안을 도입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창립 초기부터 직분 임기제를 시행 중이다. 담임목사는 6년마다 재신임을 묻고, 시무장로는 6년 임기가 끝난 뒤 사역 장로로 전환돼 봉사에 전념한다.
곽승현 목사는 “장로님들은 일부 교회에서 문제 되는 계급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봉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른 교회에도 권하고 싶은 제도이지만, 준비 없이 도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서 “성경이 말하는 직분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선행되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공동체적 합의가 선행될 때 직분 임기제는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송파구 주님의교회(김화수 목사)도 창립 초기부터 ‘직분 임기제’를 도입했다. 담임목사와 시무장로의 임기는 10년이며, 목사는 임기 후 재신임을 묻는다. 권사와 안수집사는 의사결정권이 없는 점을 고려해 정해진 나이까지 사역하는 ‘연령 임기제’를 따른다.
7년째 사역 중인 조병길 장로는 “교회 운영을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 10년”이라며 “임기를 채우거나 정년인 70세가 되면 모든 직분에서 물러나 봉사직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조 장로는 직분 임기제의 가장 큰 유익으로 ‘사람이 주인 되지 않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임기제를 통해 우리 교회는 오직 주님이 주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임기를 마친 뒤에도 주차 관리나 주방 봉사 등으로 묵묵히 섬김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10년이라는 임기가 짧다고도 하지만 오히려 그 정해진 시간이 있기에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여기며 더욱 겸손하게 헌신할 수 있다”고 했다.
박효진 장창일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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