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중국 둔황으로 가는 실크로드
서역(西域)으로 가는 실크로드는 7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험난하다. 중국 간쑤성(甘肅省) 성도인 란저우(蘭州)에서 서역의 입구인 둔황(敦煌)까지는 1240㎞. 대상들이 낙타와 당나귀에 비단을 잔뜩 싣고 걸어서 88일 걸렸던 그 길을 버스나 기차를 타고 쉼 없이 달려도 16시간이나 걸린다.
한족을 비롯해 후이족, 티베트족, 몽골족 등이 어우러져 인종전시장이나 다름없는 란저우에서 서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황허강(황하강)을 건너야 한다. 중국 북부를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허강은 황토대지로 이루어진 간쑤성에서 흙탕물로 바뀐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황톳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흘러 1907년 독일 기술자에 의해 중산철교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양가죽으로 만든 양피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란저우를 출발한 실크로드는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일직선으로 달린다. 허시후이랑은 황허강 서쪽의 길쭉한 복도라는 뜻으로 북쪽 고비사막과 남쪽 치롄산맥(기련산맥) 사이에 위치한 길이 800㎞, 폭 40~100㎞의 띠 모양으로 생긴 지역. 치롄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허시후이랑에는 하서사군(河西四郡)으로 불리는 우웨이(武威·무위), 장예(張掖·장액), 주취안(酒泉·주천), 둔황(敦煌·돈황)을 비롯해 수많은 오아시스 도시가 생겨났다.
차창 밖은 황량한 벌판의 연속이다. 이따금 스쳐 지나가는 옥수수밭과 해바라기밭, 그리고 밀밭은 오아시스 지역. 막 수확이 끝난 밀밭에서는 양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황토로 지은 허름한 집에서는 후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이 대대로 척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벌판에 봉긋봉긋 솟은 흙더미는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생을 마감한 고단한 사람들의 안식처.
일곱 가지 색채를 띠는 칠채산(七彩山)으로 유명한 장예를 지나 3시간쯤 달리면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문인 자위관(嘉?關)에 도착한다. 자위관은 고대 한나라의 전초기지로 천하제일웅관(天下第一雄關)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1372년 명나라 때 축조된 자위관은 높이 10m, 둘레 733m의 거대한 성으로, 요새처럼 쌓아올린 내성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3개의 뾰족한 망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자위관 남쪽의 눈 덮인 설산은 티베트인들의 전초기지인 치롄산맥. 천하를 다투었던 영웅호걸들의 호령소리와 병사들의 함성소리는 간데없고 번득이는 창검 대신 연기를 토해내는 공장 굴뚝들이 높이 솟아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반복되는 사막의 풍경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기지가 위치한 주취안이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란저우를 출발해 2박3일 동안 장장 1240㎞를 달려온 실크로드는 서역의 시작점인 둔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둔황은 ‘타오르는 횃불’이라는 뜻. 한무제는 기원전 111년에 전략적 요충지인 둔황에 첫 번째 군(郡)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다. 2000년 전부터 동방과 서방을 오가는 대상(隊商)과 순례자들, 그리고 군인들이 쉬어 가던 오아시스 도시 둔황을 ‘사막의 꽃’으로 부르는 이유다.
황량한 고비사막과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넜거나 건너려는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사막의 기후와 침략자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여정의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석굴사원을 찾았다. 그 석굴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미술사의 보고로 유명한 모가오쿠(莫高窟·막고굴)이다.
천불동(千佛洞)으로도 불리는 모가오쿠는 밍사산(鳴沙山) 절벽 1.6㎞에 위치한 석굴로 멀리서 보면 벌집처럼 보인다. 서기 366년부터 14세기 원나라 때까지 약 1000년 동안 735개의 석굴이 만들어졌으나 약탈과 도굴로 인해 불상과 벽화가 남아 있는 석굴은 492개뿐이다. 대부분의 석굴은 보존을 위해 폐쇄되고 60개 정도만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신라의 혜초 스님이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한 17번 석굴을 비롯해 ‘동방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불상이 위치한 259번 석굴, 신라와 백제의 왕이 그려진 237번 석굴, 통일신라의 사신 그림이 그려진 62번 석굴 등이 볼 만하다.
모가오쿠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양관(陽關)은 고비사막이 가장 광활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곳. 양관은 한무제 시기에 만들어진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건물은 파괴되고 봉화대만 남았다. 현재의 양관고성은 최근에 복원됐다. 봉화대 옆 전망대는 연분홍색 고비사막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포인트.
둔황 최고의 절경은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를 품고 있는 밍사산(1650m). 남북 20㎞, 동서 40㎞에 이르는 밍사산은 고운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밍사산의 능선에 오르면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호수인 웨야취안(月牙泉)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웨야취안은 길이 150m, 폭 50m의 초승달 모양으로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모래에 파묻힌 적이 없고 샘물이 마르지도 않아 둔황을 찾는 사람들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형체 없는 사막의 바람이 불어오자 밍사산 모래언덕에서 날아오른 모래가 목 놓아 통곡을 한다. 황량한 고비사막에 뼈를 묻은 이름 없는 병사들의 원혼인가? 아니면 낙타와 함께 오아시스를 찾다 길을 잃은 대상들의 통곡인가? 서역 하늘을 붉게 채색한 저녁노을에 웨야취안이 거울처럼 붉은 빛을 반사한다. 2000여 년 전 실크로드가 열리던 그날처럼….
하나투어 10월 초까지 실크로드상품 판매
하나투어는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중국 동방항공(인천~란저우 3시간 소요)과 대한항공(인천~우루무치 5시간 소요)의 전세기를 이용하는 상품으로 10월 초까지 각각 주 2회 운항한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동방항공의 인천~란저우 전세기를 이용하는 ‘실크로드 란저우·돈황 5일’ 상품은 란저우를 출발해 장예의 칠채산, 둔황의 밍사산과 웨야취안, 모가오쿠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야간열차(4인1실)를 체험하고 밍사산 낙타타기 등이 포함된 노쇼핑 상품으로 99만9000원부터(1577-1233, www.hanatour.com).
란저우·둔황(중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한족을 비롯해 후이족, 티베트족, 몽골족 등이 어우러져 인종전시장이나 다름없는 란저우에서 서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황허강(황하강)을 건너야 한다. 중국 북부를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허강은 황토대지로 이루어진 간쑤성에서 흙탕물로 바뀐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황톳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흘러 1907년 독일 기술자에 의해 중산철교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양가죽으로 만든 양피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야 했다.
란저우를 출발한 실크로드는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일직선으로 달린다. 허시후이랑은 황허강 서쪽의 길쭉한 복도라는 뜻으로 북쪽 고비사막과 남쪽 치롄산맥(기련산맥) 사이에 위치한 길이 800㎞, 폭 40~100㎞의 띠 모양으로 생긴 지역. 치롄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허시후이랑에는 하서사군(河西四郡)으로 불리는 우웨이(武威·무위), 장예(張掖·장액), 주취안(酒泉·주천), 둔황(敦煌·돈황)을 비롯해 수많은 오아시스 도시가 생겨났다.
차창 밖은 황량한 벌판의 연속이다. 이따금 스쳐 지나가는 옥수수밭과 해바라기밭, 그리고 밀밭은 오아시스 지역. 막 수확이 끝난 밀밭에서는 양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황토로 지은 허름한 집에서는 후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이 대대로 척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벌판에 봉긋봉긋 솟은 흙더미는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생을 마감한 고단한 사람들의 안식처.
일곱 가지 색채를 띠는 칠채산(七彩山)으로 유명한 장예를 지나 3시간쯤 달리면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문인 자위관(嘉?關)에 도착한다. 자위관은 고대 한나라의 전초기지로 천하제일웅관(天下第一雄關)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1372년 명나라 때 축조된 자위관은 높이 10m, 둘레 733m의 거대한 성으로, 요새처럼 쌓아올린 내성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3개의 뾰족한 망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자위관 남쪽의 눈 덮인 설산은 티베트인들의 전초기지인 치롄산맥. 천하를 다투었던 영웅호걸들의 호령소리와 병사들의 함성소리는 간데없고 번득이는 창검 대신 연기를 토해내는 공장 굴뚝들이 높이 솟아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반복되는 사막의 풍경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중국의 유인우주선 발사기지가 위치한 주취안이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란저우를 출발해 2박3일 동안 장장 1240㎞를 달려온 실크로드는 서역의 시작점인 둔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둔황은 ‘타오르는 횃불’이라는 뜻. 한무제는 기원전 111년에 전략적 요충지인 둔황에 첫 번째 군(郡)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다. 2000년 전부터 동방과 서방을 오가는 대상(隊商)과 순례자들, 그리고 군인들이 쉬어 가던 오아시스 도시 둔황을 ‘사막의 꽃’으로 부르는 이유다.
황량한 고비사막과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넜거나 건너려는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사막의 기후와 침략자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여정의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석굴사원을 찾았다. 그 석굴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미술사의 보고로 유명한 모가오쿠(莫高窟·막고굴)이다.
천불동(千佛洞)으로도 불리는 모가오쿠는 밍사산(鳴沙山) 절벽 1.6㎞에 위치한 석굴로 멀리서 보면 벌집처럼 보인다. 서기 366년부터 14세기 원나라 때까지 약 1000년 동안 735개의 석굴이 만들어졌으나 약탈과 도굴로 인해 불상과 벽화가 남아 있는 석굴은 492개뿐이다. 대부분의 석굴은 보존을 위해 폐쇄되고 60개 정도만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신라의 혜초 스님이 왕오천축국전을 집필한 17번 석굴을 비롯해 ‘동방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불상이 위치한 259번 석굴, 신라와 백제의 왕이 그려진 237번 석굴, 통일신라의 사신 그림이 그려진 62번 석굴 등이 볼 만하다.
모가오쿠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양관(陽關)은 고비사막이 가장 광활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곳. 양관은 한무제 시기에 만들어진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건물은 파괴되고 봉화대만 남았다. 현재의 양관고성은 최근에 복원됐다. 봉화대 옆 전망대는 연분홍색 고비사막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포인트.
둔황 최고의 절경은 초승달 모양의 오아시스를 품고 있는 밍사산(1650m). 남북 20㎞, 동서 40㎞에 이르는 밍사산은 고운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밍사산의 능선에 오르면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호수인 웨야취안(月牙泉)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웨야취안은 길이 150m, 폭 50m의 초승달 모양으로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모래에 파묻힌 적이 없고 샘물이 마르지도 않아 둔황을 찾는 사람들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형체 없는 사막의 바람이 불어오자 밍사산 모래언덕에서 날아오른 모래가 목 놓아 통곡을 한다. 황량한 고비사막에 뼈를 묻은 이름 없는 병사들의 원혼인가? 아니면 낙타와 함께 오아시스를 찾다 길을 잃은 대상들의 통곡인가? 서역 하늘을 붉게 채색한 저녁노을에 웨야취안이 거울처럼 붉은 빛을 반사한다. 2000여 년 전 실크로드가 열리던 그날처럼….
하나투어 10월 초까지 실크로드상품 판매
하나투어는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중국 동방항공(인천~란저우 3시간 소요)과 대한항공(인천~우루무치 5시간 소요)의 전세기를 이용하는 상품으로 10월 초까지 각각 주 2회 운항한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동방항공의 인천~란저우 전세기를 이용하는 ‘실크로드 란저우·돈황 5일’ 상품은 란저우를 출발해 장예의 칠채산, 둔황의 밍사산과 웨야취안, 모가오쿠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야간열차(4인1실)를 체험하고 밍사산 낙타타기 등이 포함된 노쇼핑 상품으로 99만9000원부터(1577-1233, www.hanatour.com).
란저우·둔황(중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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