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이야기

쿠션 언어

열려라 에바다 2014. 3. 1. 18:37

 

함백산 (사진:최용우)

 

□ 쿠션 언어

 

평생 육군병원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던 군의관이 예편을 한 다음 의원을 개원했습니다. 육군병원에서 병을 치료하는 실력으로는 최고 명의라는 소리를 듣던 유능하신 분인데 두 달만에 폐업신고를 했습니다.
의원에 오는 환자들을 마치 군대에서 부하 다루듯 하는 짧은 말투 때문에 한번 온 사람은 다시 안 오고, 아주 고약한 의사라는 소문이 나서 더 이상 손님이 안 오니 문을 닫아야 했던 것입니다. 병을 고치는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오랫동안 부하들에게 명령하던 말투가 습관이 되어 바꾸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당구대를 자세히 보면 공이 벽을 맞고 부드럽게 굴러 나오도록 사방이 쿠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당구공이 세 군데 쿠션을 맞고 공을 맞추면 '쓰리쿠션'이라고 해서 점수가 제일 높지요.
말에도 쿠션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좋고 크고 똑똑한 사람을 가리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그냥 말쟁이지요. 말이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 비결이 바로 '쿠션 언어'에 있습니다. 본론을 말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을 먼저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수고하십니다. 실례합니다. 귀찮으시더라도. 지금 시간 되시는지요. 괜찮으시다면. 힘든 줄 아는데. 이런 부탁하기가 미안한데... 이런 말들은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는 쿠션 언어인데 이런 말을 먼저 들으면 상대방도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지요.
특히 남자들의 말은 매우 짧습니다. 저도 말이 짧아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삽니다. 전에는 그게 '남자라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말을 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이더라구요. 저도 앞으로 열심히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쿠션 언어'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겠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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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4877] 2014.3.1.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