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독선생’ 허정도 “저를 키운 건 8할이 어머니의 기도입니다”…스타인헤븐

열려라 에바다 2015. 12. 14. 08:43

‘독선생’ 허정도 “저를 키운 건 8할이 어머니의 기도입니다”…스타인헤븐

 
‘독선생’ 허정도 “저를 키운 건 8할이 어머니의 기도입니다”…스타인헤븐 기사의 사진
배우 허정도. 사진=이병주기자 ds5ecc@kmib.co.kr
“크리스천인 부모님이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다스릴 정에 길도, 성경 속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은 8할이 어머니의 기도 때문입니다.”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은 배우 허정도. 대학로에서만 존재가 알려졌던 그가 세상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밀회’에 이어 올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와 ‘미세스캅 ’에 연이어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밀회’에서는 극중 박혁권의 조교로 출연했다. 여느 학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조교의 모습으로 등장해 극에 녹아들었다. 올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이준과 고아성의 가정교사인 독선생으로 출연했다. 극중 엄격한 부모인 유준상, 유호정 사이에서 이준과 고아성에게 똑소리 나는 가르침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는 보듬어주는 부분까지 잘 소화해냈다. 그리고 ‘미세스캅’에서는 김희애의 오른팔인 베테랑 형사 역할을 맡아 현장을 누볐다.

한해를 바쁘고도 의미 있게 마감한 소감을 물었다. 허정도는 “지난해부터 드라마를 연달아 하고 있는데 겸손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저의 부족한 점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며 “연극에서 했던 것이나 단편영화에서 했던 정도의 퀄리티를 해내지 못 해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좋은 연기를 어느 현장에서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계속 원인을 찾고 보완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를 지금 있게 한 것은 어머니의 기도의 힘이 컸지만 실질적으로 드라마 쪽에서 그를 보듬어주었던 이는 안판석 감독이었다. 그에게 안 감독은 어머니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허정도가 안판석 감독과 첫 번째 인연을 맺은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고 그리고 인연이었다.



허정도는 “전석찬이라는 배우가 한예종 동기”라며 “그가 먼저 ‘세계의 끝’에 캐스팅이 됐고 당시 캐스팅디렉터가 또 추천할 배우가 있으면 하라고 했는데 그가 저를 추천해주었다. 그때 한 신 나오고 다음 신은 시체로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안판석 감독님이 대본을 바꿔서 마지막까지 살려주셨다”고 말했다.

안판석 감독의 다음 작품인 ‘밀회’에도 허정도가 단박에 캐스팅됐던 것은 아니었다. 안판석 감독의 작품에 여러 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지만 안판석 감독이 ‘되게 좋은 배우가 있는데 이 배우가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냐’며 허정도를 적극 추천했다고.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끝나고도 안판석 감독은 허정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정도야, 알바 하니?”라고 묻는다고. 허정도는 “지금은 안 한다고 하니까 좋아하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당시 인문대 외국어연극제에서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 주인공으로 발탁돼 생애 첫 무대에 섰다. 이후 ‘말도 안 되게 재미있다!’며 강렬한 매력에 사로잡혀 이 길로 뛰어 들었다. 군대 제대를 하고 2007년 한예종 대학원 연기과로 입학했고 대학로에서 2,30편의 연극을 하면서 뜨겁게 무대를 누볐다. 그가 이제 드라마로, 영화로 그 지경을 넓히고 있다.

허정도는 “최근에 김희애 선배님, 손병호 선배님과 함께 한 ‘미세스캅’ 현장도 너무 즐거웠다”며 “연기하는 게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행복하다. 배우로서는 더 자유롭게 연기를 잘 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한 사람으로서는 “내가 어릴 때 배웠던 예수는 강자한테는 삿대질을 하고 약자들은 보듬는 멋진 분”이라며 “강자에게 삿대질은 못 하더라도 약자들은 보듬을 수 있는, 내 삶 속에서 예수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