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끄와]시간이 없습니다
[미셀 끄와]시간이 없습니다
주여, 나는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모두 바쁜 것 같습니다.
자전거도 달리고, 자동차도 달리고
트럭도 달리고, 길도 달리고
도시 전체도 달리고 모든 사람이 다 달렸습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뒤쫓아 가느라고
잃은 시간을 되찾느라고, 시간을 아끼느라고 모두 그저 달렸습니다.
안녕, 미안해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요.
또 올게요, 더 기다릴 수가 없어요. 시간이 없어서요.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마음은 있지만 도와드리질 못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생각하고 읽을 겨를이 없고 바빠서 죽을 지경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하고픈 기도도 못합니다.
주여, 그들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아십니까?
아이들은 노느라고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느라고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대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학습거리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청년들은 운동을 하느라고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갓 결혼한 신랑은 집을 꾸미느라고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들이 있으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병들었으니 치료를 받아야겠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죽어 가니까 시간이...
이제는 너무 늦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주여, 이처럼 모든 사람이 시간을 좇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급해서 서로 떠밀고 밀려가면서
짐을 너무 많이 싣고
미치광이처럼 뛰면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별별 노력을 다해도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 시간이 모자랍니다.
주여, 혹시 시간을 잘못 계산한 게 아닙니까?
어딘가 크게 잘못된 것이 있는 게 아닙니까?
한 시간이 너무 짧고 하루가 너무 짧고
일생이 너무 짧은 게 아닙니까?
시간을 초월해 계시는 주여,
주님은 사람들이 시간과 다투고 있는 것을 보시고 웃음이 나실 겁니다.
그러나 주님은 당신이 하신 일을 알고 계시기에
시간을 사람들에게 배정하시는 그 일을 잘못하실 리 없고
주님의 안배대로 시간을 넉넉히 주십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시간을 잃지 말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간을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시간은 주님이 주시는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은총이긴 하여도 쉽사리 없어지고
보존하기가 어려운 그런 은총입니다.
Ⓒ미셀 끄와 (Michel Quoist) 프랑스의 신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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