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는 관동 8경 중의 제 1경으로 꼽히는 죽서루(竹西樓)가 있습니다. 관동 8경중에 유일하게 보물 제 213 호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죽서루 앞의 안내소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요청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문화 유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가실 때 특히 이용하시면 아이에게도 참 좋을 듯 합니다.
오늘 저희가족을 위해서 즐거운 이야기를 해주셨던 봉사자님입니다. 여기 문화관광해설자님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문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2층 누각인 죽서루의 모습이 조금씩 보입니다.
저는 오른쪽에 죽=대나무가 보여 여기가 죽서루인 줄 알았는데 '죽서'란 이름은 옛날 동쪽으로 죽장사라는 절과 이름난 기생 죽죽선녀의 집이 있어 ‘죽서루’라 하였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문화재청>
죽서루에 올라가시기 전에 먼저 1층의 주춧돌과 기둥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1층 기둥의 나무 길이가 들쑥날쑥 한 것은 인공적으로 터를 닦아 올린 누각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터, 암반 위에 기둥을 세우고 2층만을 평평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지요. 또한 1층의 이러한 원리 때문에 1층과 2층의 기둥 숫자가 다른데요. (1층: 17개, 2층: 20개) 이 때문에 경치도 경치이지만 신선의 머무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죽서루는 신발만 벗으면 누구나 2층 누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와 여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에 걸려있는 많은 현판들이 눈에 들어오실 텐데요. 죽서루 및 죽서루를 뜻하는 글을 적은 현판이 6개, 죽서루를 노래한 시가 현판으로 16개 붙어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죽서루에 대한 선비들의 관심이자 동경의 대상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임금이 내린 시 = "어제"가 있어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위 현판에는 현재 드라마 동이의 깨방정 숙종으로 활약하고 있는 조선 19대 왕인 숙종이 쓴 시 ‘죽서루(竹西樓)’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죽서루에 걸게 된 사유를 설명한 삼척 부사 이상성(李相成)의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御製(어제)
?兀層崖百尺樓(율올층애백척루) 朝雲夕月影淸流(조운석월영청류)
??波裡魚浮沒(린린파리어부몰) 無事?欄狎白鷗(무사빙란압백구)
임금이 지은 시
위태로운 벼랑 위에 높이 솟은 백 척 누각
아침에는 구름 저녁에는 달 그림자 맑은 물에 드리우고
반짝이는 물결 속에는 물고기 뛰어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데
한가로이 난간에 기대어 백구(白鷗)를 희롱하네
실제로 숙종은 처음 '관동8경' 지정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임금이였습니다. 제 1경인 죽서루에 대한 당시의 느낌이 시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다음은 조선 제 22대 왕인 정조의 어제입니다. 실제로 정조는 죽서루를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말로만 듣는 아름다운 이 곳에 가고 싶으나 궐을 떠나기 어려웠던 정조는 당대의 최고 화가인 김홍도에게 죽서루를 그려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김홍도의 죽서루>
위 그림이 김홍도의 죽서루 입니다. 아득히 뒤에 포근하게 산이 둘러 쌓여있고, 가운데 굽이쳐 돌아가는 오십천은 바다와 같이 넓어 보입니다.
그 가운데 절벽에 우뚝 서 있는 죽서루를 본 정조는 신선이 노는 곳이라 생각하며 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위 현판이 정조어제입니다.
正祖御製(정조어제)
彫石鐫崖寄一樓(조석전애기일루) 樓邊滄海海邊鷗(누변창해해변구)
竹西太守誰家子(죽서태수수가자) 滿載紅粧卜夜遊(만재홍장복야유)
정조 임금이 쓴 시
돌 다듬고 절벽 쪼아 세운 누각 하나
누각 옆은 푸른 바다이고 바닷가에는 갈매기 노니네
죽서루 있는 고을 태수 누구 집 아들인가
미녀들 가득 싣고 밤 새워 뱃놀이하겠구나
정조는 풍요롭고도 아름다운 죽서루의 경치와 이곳에서 신선놀음을 할 수 있는 풍류에 대한 여유로움을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실제 2층에 올라서면서 이러한 경치를 기대했다면 사실 매우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카메라로 찍을 수 없어 아래 물가만 찍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죽서루에 올라서면 맞은편 현대식 건물과 삼척동굴박물관의 이상한 모양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옛 그대로의 경치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달라도 너무 달라 보입니다.
때문인 즉, 오십천의 물줄기가 인공적으로 변경되어 현재는 매우 얕은 개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눈 앞에 왠지 상실감을 느끼며 아쉬움을 느끼지만 눈을 감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사각거리며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와 여름에도 서늘한 누각에 앉아 있으면, 잠시나마 옛 나룻배가 오십천을 지나가는 상상이 그려집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죽서루에서 내려와 왼쪽으로 가면 용문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놓치고 그냥 나가기 쉬운 곳이나 꼭 들려보세요.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답니다.
이 곳은 문무왕이 바다의 용이 되어 (문무대왕릉이 바다에 있지요) 나라를 수호하고 노닐 던 중 죽서루 앞의 오십천에 왔다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때 문무왕(용)이 지나가면서 튼튼한 바위에 가운데만 뻥 뚫린 구멍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몸을 굽히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인데, 이 곳에서 소원을 빌면서 지나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소원을 빌면서 지나가봤습니다.
또한 바위 위에는 상형문자라고 말할 수 있는 표식이 있는데 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것으로써 삼척의 아녀자들은 이 곳에서 좁쌀을 넣으며 다산을 빌었다고 합니다.
비록 그 아름다운 경치가 조선과는 다르다고는 하나 제 1경으로써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죽서루를 강원도 삼척에 가시면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