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까지 받던 대학생활과 즐거웠던 음악과 노래연습, 하지만 어머니의 중풍이 재발을 거듭하면서 자퇴를 결심했다. 막내인 나를 위해 무리하게 허드렛일을 하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학교에서 등록금을 되돌려 받았다. 현금을 보자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하다 직업소개소에 100만원을 건넸고 일본행 배를 탔다. 소개한 사람에겐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일본은 비자가 없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주위 사람 말로는 세 가지 직업밖에 구할 수가 없었다. 도로포장 노동자와 미싱사, 그리고 유흥업소 종업원이었다.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게 해준다고 소개 받은 곳은 밤무대였다. 그것도 단 3일.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정식 비자 없이 일본 체류 15일이 지나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그제야 사기 당한 것을 알게 됐다. 실망이 컸다. 남은 돈으로 일본 도쿄 시내를 기웃거리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참 겁도 없이, 그렇게 첫 사회생활은 시작됐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방황하다 집 근처 서점에 들어갔다. 꽂혀 있는 책 중 성공이라고 써 있는 책들을 한아름 구입해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보름 만에 그 책을 모두 읽고 나왔다.
성공할 것 같은 착각에 사로 잡혔다. 3000만원을 카드로 긁고 새 차를 구입했다. 택배회사 수도권 지사장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다. 새벽에 일어나도, 밤늦게까지 일해도, 즐겁고 신이 났다. 어린 나이에 사장을 꿈꾸며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했다.
누구 하나 충고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또 일을 가르쳐주거나 격려해주는 선배나 어른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고 생각과 행동을 책임져야 했다.
당시 나는 오히려 그게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루하루 일을 해 나갔다. 빚도 갚고 저축도 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삶은 생각대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났다. 시골길에 어떤 할아버지와의 접촉 사고였다.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빚을 갚기 위해 15가지 직업을 전전했지만 빚은 더 늘어만 갔다. 그 마지막 직업이 야식배달부였다.
그런데 야식배달부를 할 때 중풍으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이 끝난 뒤 내 통장을 보니 1억원이 넘는 빚이 쌓여 있었다. 막막했고 자살을 생각하게 됐다.
‘내게 희망이 없어지고 있어.’
집에 있는 면도날을 꺼내 손목을 그어댔다. 몇 번이나 피가 났다. 하지만 죽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된다고, 진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길 몇 번. 하나님은 나를 구원하셨다. 면도날에 묻은 피를 보는 순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게 됐던 것이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내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언젠가 반복해 읽던 이사야 41장 10절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이게 뭐지 꿈인가 생시인가. ‘어머님은 돌아가셨지만 내가 용기 있게 살아가기를 바라실 거야.’
거짓말같이 몸이 가벼워졌다. 믿음을 갖게 되니 불끈 용기가 났다. 다음 날 일터에 나가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 이후 빚은 점점 줄었다. 삶에 대한 희망이 다시 생기고 있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승일 <6> 어머니 중풍 재발해 대학 자퇴… “돈 벌자” 일본으로
사기 당하고 귀국해 15개 직업 전전, 빚만 1억… “희망이 없다” 자살 시도
![[역경의 열매] 김승일 <6> 어머니 중풍 재발해 대학 자퇴… “돈 벌자” 일본으로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424/201704240000_23110923734524_1.jpg)
테너 김승일이 자신의 삶과 신앙을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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