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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승일 <7> 새우잡이 배에서 탈출… 섬의 십자가 불빛 찾아가

열려라 에바다 2017. 4. 25. 08:06

[역경의 열매] 김승일 <7> 새우잡이 배에서 탈출… 섬의 십자가 불빛 찾아가

지옥 같은 환경 못 견뎌 바다 뛰어들어… 먹이고 재워주신 섬 목사님 배려에 감사

 

[역경의 열매] 김승일 <7> 새우잡이 배에서 탈출… 섬의 십자가 불빛 찾아가 기사의 사진
야식배달부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고 있는 김승일.

절망 가운데 하루하루를 버텼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젊은 혈기에 고생 한번은 견딜 수 있다는 각오를 다졌다. 고생만큼 수입도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나 돈은 잘 모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선원생활을 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직업소개서에 소개비 20만원을 내고 전남 여수 앞바다 한 선장을 찾아갔다.

선장의 모습은 어린 시절 영화에서 보던 그런 잘생기고 키 큰 맘씨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험악한 모습에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왕에 배를 탔으니 돈이나 좀 많이 벌자.’

다음날 새벽 일찍 배를 탔다. 승선한 배는 아주 작은 통통배였다. 하지만 일거리는 엄청났다. 새벽부터 밤 12시가 돼야 일이 끝나는 일명 ‘새우잡이 배’였다. 2∼3일간 바다에서 생활했다. 어떤 날에는 일이 끝나도 육지에 안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어부 4명이 쉬지 않고 그물에서 올라오는 새우나 조개, 생선 등을 손으로 떼어냈다. 손에 생선가시가 박혀도 반복해서 그물을 내리고 끌어 올리고 또 내리고 끌어올리고…. 소변과 대변은 배 뒤편에 작게 뚫어 놓은 구멍에서 해결했다.

보름 정도 일하니 힘도 진도 모두 빠졌다. 돈이고 뭐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에서 약 50미터쯤 떨어져 배가 정박돼 있을 때였다. 당시 수영도 제대로 못할 때였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에 죽기를 각오하고 뛰어들었다. 여기서 계속 일하다간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헤엄쳐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섬이었다. 불빛부터 찾았다. 멀리 교회 십자가가 선명했다. 교회는 섬 꼭대기에 있었다. 경사가 너무 심했다. 지친 심신 상태로 걷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까지 세차게 내렸지만, 죽기 살기로 산길을 걸었고 교회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목사님 부부가 나오셨다. 조금 놀라신 것 같았다. 당시 내 몰골은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하지만 목사님 부부는 이내 나를 교회 안으로 인도해 따뜻한 차와 음식을 먹여주시고, 재워주시면서 보살펴 주셨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을 존대해 주시는 손길이 너무 고마웠다.

다음날 육지 가는 배를 타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밤새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목사님은 육지 가는 배가 오전 6시20분에 오는데 비가 많이 오면 뜨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것도 며칠에 한번 오는 그 배가 말이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전 5시 반이 됐는데도 계속 비가 왔다.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때였다. 거짓말 같이 비가 딱 멈췄다. 오전 6시 20분에 정확히 배가 나타났다.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 교회를 찾아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여수 밑 다도해 어딘가만 알고 있을 뿐 찾지를 못해 인사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어설픈 어부생활은 끝나버렸다. 하지만 하나님이 부족한 나를 훈련시키셨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분의 가장 좋은 타이밍으로 나를 구해주셨다. 또다시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