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 시작한 농장은 물론이고 1980년대 중반 야심차게 도전했던 장어양식도 초반에 큰 성공을 거뒀다. 또래보다 일찍 성공한 나는 무서울 게 없었다. 고작 36세 때 파주시농촌지도자회장이 됐다. 감사보다는 교만이 가득했던 삶이었다. 아내를 통해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 살피지도 못하고 오로지 성공의 달콤함에 빠져 있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고민했지 거룩한 삶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파주시농촌지도자회장을 지낸 뒤부터는 지역 유지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유혹을 해 왔다. 흔들렸다. 정치권의 유혹과 사업 성공 사이에 매몰돼 있던 시절, 하나님이 날 치셨다.
환란은 1996년 8월부터 시작됐다. 그해 장마와 태풍이 겹쳐 오면서 파주와 문산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하늘이 열린 것 같았다. 전 재산이었던 양식장이 멀쩡히 남아있었을 리 없었다. 양식장은 반파됐고 자식처럼 아끼던 장어들은 물길을 따라 사라져 버렸다.
물론 한 번의 실패로 주저앉을 내가 아니었다. 양식장은 빠르게 복구됐고 새로 구입한 치어들도 잘 자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야속하게도 1997년과 1998년 연이어 폭우가 내렸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연거푸 3년에 걸친 폭우는 나와 내 가족의 피눈물이 됐다.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매 순간 죽음을 생각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머리 누일 곳도 모두 사라졌다. 성경에 나오는 욥의 삶이 이랬겠구나 생각했다. 탈출구가 없었다.
설상가상 97년 말 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지면서 이자율이 급등했다. 부채가 60억이었는데 이자율이 25%까지 치솟았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었다. 형편없이 망가진 양식장에 가보니 물길에 쓸려 내려가지 않은 장어가 남아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남은 장어를 가져다가 손질해 현재 갈릴리농원이 있는 자리에 좌판을 깔고 등산객들을 상대로 판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등산객 한 무리가 우리 장어를 구워 먹는 걸 봤다. 그날 이후 장어를 사서 바로 구워먹는 등산객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장어 식당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천막을 치고 화로를 한 개만 설치한 허름한 식당을 차렸는데 그 화로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장어를 먹겠다고 기다리는 줄은 점점 길어졌고 화로의 숫자도 함께 늘어났다. 기세를 몰아 2002년에 갈릴리농원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숨도 못 쉴 정도로 망했던 나의 사업이 장어 식당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던 갈릴리농원에 현재 연간 60만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것인가.
교만했던 나, 정치권의 유혹에 흔들리던 내가 더 기고만장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님은 고난을 주신 것이다. 물론 하나님은 날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다. 극심한 고난 중이던 1999년 삼성교회 장로로 세워주셨다. 신앙 안에 굳게 서라는 하나님의 사인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역경의 열매] 류광열 <4> 잇단 성공에 교만해지자 하나님의 회초리가…
3년 연속 폭우로 양식장 무너져 빚더미에… 남은 장어 좌판서 팔다가 장어식당 착안
![[역경의 열매] 류광열 <4> 잇단 성공에 교만해지자 하나님의 회초리가…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518/201705180002_23110923748518_1.jpg)
갈릴리농원은 연간 60만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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