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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류광열 <3> 고생문 훤한 농사꾼에게 시집온 아내

열려라 에바다 2017. 5. 17. 07:26

[역경의 열매] 류광열 <3> 고생문 훤한 농사꾼에게 시집온 아내

어지럼증·불면증 시달리던 아내 교회 다니며 기도하자 병세 호전

 

[역경의 열매] 류광열  <3>  고생문 훤한 농사꾼에게 시집온 아내 기사의 사진
부인 홍인순 목사는 2015년 1월 10일 예장합동중앙 총회 산하 총신노회에서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됐다. 안수식 날 류 장로가 홍 목사와 포즈를 취했다.

삼성교회 협동목사인 아내 홍인순 목사와는 1970년 결혼했다. 홍 목사가 22살 때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고생이라고는 몰랐던 아내가 고생문이 훤한 농사꾼에게 시집을 온 것이었다. 결혼할 때 나는 세상 말로 꽤 잘 나갔다. 매년 나락 500가마니를 수확했고 젖소도 50마리를 길렀으니 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나야 늘 하던 농사였고 목축이었지만 아내는 달랐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집와서 논으로 밭으로 축사로 다니며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다. 처음에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무척 힘들어했다. 지금도 고마운 것은 불평 없이 모든 어려움을 인내했다는 사실이다. 세월이 무섭다고 했던가. 꽃 같기만 하던 아내도 점차 시골생활에 적응해갔다. 곱던 손은 투박해졌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들도 척척 해냈다. 농장 직원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농사꾼이 돼갔다.

나와 아내가 구슬땀을 흘리는 만큼 농장 경영은 잘됐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고 전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연수생이 찾는 성공한 농장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변곡점은 1979년 전국새농민회종합상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자꾸 어지럽다고 했다. 해가 지면 어지러운 증상이 더 심해졌다.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잠들지 못하는 아내는 날카로워졌고 살이 빠졌다.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명의들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차라리 내가 아픈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나도 고통의 나날이었다. 무려 3년 동안 편히 잠을 자지 못했던 아내는 곧 세상을 떠날 것만 같았다.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내게 시집 와서 고생만 한 아내가 너무 불쌍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는 어릴 적 성탄절마다 선물을 받겠다고 들락거리던 삼성교회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 이제 남은 건 기도뿐이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 날카로워진 아내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거듭 이야기해 1984년 1월 15일 삼성교회의 문을 열었다. 그날의 행복한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성도들은 진심을 다해 환대해줬고 아내의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해줬다. 기적은 바로 그날 일어났다. 아내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온다. 교회에 출석한 바로 그날 3년 만에 깊은 잠에 들다니…. 내가 주님만을 향해 살게 된 이유가 바로 이날 우리 부부가 경험한 기적에 있다. 잠을 자지 못해 생긴 병이 숙면을 취하자 점차 사라졌다. 신앙생활이 깊어질수록 병세는 호전됐고 결국 건강을 되찾았다.

삼성교회에 출석하면서 늘 생각했다. 돈벌이에만 관심을 갖고 살던 나의 완고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하나님이 아내를 움직이신 것이라고 말이다. 아내가 그토록 아팠던 것이 결국 우리 부부와 가족 전체를 그리스도인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나와 함께 삼성교회에서 장로로 사역하던 아내는 2015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 또한 주님의 은혜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