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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류광열 <8> 72세, 갈릴리교회 건축 새 비전 품다

열려라 에바다 2017. 5. 24. 08:00

[역경의 열매] 류광열 <8> 72세, 갈릴리교회 건축 새 비전 품다

88세에 꿈 말하는 日 농장주 만나 충격… 은퇴 생각 접고 ‘주님 일 하겠다’ 다짐

 

[역경의 열매] 류광열 <8> 72세, 갈릴리교회 건축 새 비전 품다 기사의 사진
갈릴리농원 대표 류광열 장로(왼쪽)가 카페 소솜에서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장로님. 카페 이름인 ‘소솜’이 무슨 뜻이에요?” 갈릴리농원에 이런저런 건물들이 들어선 뒤 많은 분들이 유독 ‘소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난 “소솜은 내 삶의 이야기입니다”라고 했다. 순 우리말인 소솜은 세찬 소나기가 내린 뒤 활짝 갠 눈부신 순간을 말한다. ‘내 삶의 이야기’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좌충우돌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기억해야 할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는 주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약속이기도 하다. 영원한 실패와 좌절은 없다는 희망이 이 단어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2014년 어느 날 갈릴리농원 뒷산에 올랐다. 산 위에 올라오니 온 세상이 고요한 느낌이었다. 갈릴리농원을 내려다보니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연중무휴인 농원에는 영업시간 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감사한 일이다. 이 자리를 홀리랜드로 조성하겠다고 기도한 뒤 시작한 ‘그랜드 플랜’도 얼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계획했던 것들이 마무리 된다고 생각하니 나를 돌아보게 됐다. 어느덧 72세가 됐다. 20대 청춘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믿기질 않았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이었다. 이제는 손주들 재롱 보고 교회봉사 하면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하산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전화 한통이 왔다. 전국새농민회 사무실이었다. 이 전화가 내 인생 마지막 도전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새농민회입니다. 이번에 일본 농림수산성이 새농민회 전·현직 임원들 몇 분을 초청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일대의 농장을 견학하는 일정인데요.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굳이 이 나이에 무슨 견학인가.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입에선 “한번 가봅시다”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게 주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도착한 곳은 홋카이도의 한 농장이었다. 홋카이도에서도 가장 좋은 농장으로 평가받는 그곳은 대표가 72세 때 땅을 구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내가 그곳을 방문했던 2014년에 88세이던 회장은 연로했지만 눈빛이 살아있었다. 안광(眼光)이 느껴질 정도였다. 금융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회장은 70세가 넘어서야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6600㏊를 샀고 당시 550㏊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다. 농장이 그림과도 같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땅에 이토록 아름다운 농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하는 감탄이 나왔다. 그때 그 농장의 회장이 했던 발언이 잊히질 않는다. “저는 이 땅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낙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관심 가져 주십시오.” 이제 ‘겨우’ 72세였던 내가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졌다.

내 앞에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낙원을 만들겠다’는 사람의 나이가 88세 아니던가. 충격이었다. 그 순간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의 말씀이 떠올랐다. 결심했다. 죽는 날까지 주님의 일을 하겠노라고. 당시 일본에서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바로 ‘갈릴리교회’를 건축하는 동력이 됐다. 큰 꿈을 꾸니 주님께서 건강도 주셨다. 아직 시력도 좋고 귀도 잘 들린다. 주님의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