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25전쟁 이후 가장 오랫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이다. 2014년 11월 8일 735일 만에 풀려났다. 이후 북한은 단 한명의 인질도 풀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6월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억류 17개월 만에 석방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혼수상태였던 웜비어는 석방 6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사망 후 국내외 매체들은 그의 사인에 대해 많은 추측을 했다. 내게 언론들은 웜비어의 사인이 “고문과 폭력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나 역시 추측만 할 뿐이다. 나의 경우 억류생활 중 구타행위는 없었지만 정신적·언어적 폭력으로 극심한 공포를 경험했다.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제스처, “목을 잘라 파묻어 버리겠다”는 등 거침없는 위협은 공포 자체였다. 아마도 웜비어는 심문 과정에서 언어폭력과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고, 공황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로 불안감이 극심했을 것이다.
스물 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재판을 받고 교화소로 보내졌을 때 웜비어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의 가족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한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북한에 억류된 외국인 전원의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거대한 감옥 같은 곳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나는 2010년부터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관광 전문여행사를 운영했다. 세계 각국의 기독교인 관광객을 인솔해 17차례 방북했다. 그러던 2012년 11월 3일 18번째 북한을 방문하면서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생겼다. 북한을 방문할 때는 컴퓨터 외장하드를 반입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실수로 어긴 것이다. 북한은 정부를 전복시키려했다는 죄목으로 나를 심문하고 기소했다. 무려 15년이라는 형량을 선고 받아 강제노역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북한 노동교화소의 기록에 따르면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곧 북한정부를 전복시키려했다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다. 담당 검사는 6·25전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후 체포된 미국인 범죄자 중 내가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말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했기에 위험한 존재란 말인가. 나는 선교사다. 북한정부의 관점에서 선교는 곧 테러다. 그들은 복음을 극도로 위험하게 본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퍼지면 정부는 물론이고 나라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나는 여전히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그들에게 난 위험인물일 것이다. 난 북한 주민들을 사랑하며 언젠가 그 땅에 다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억류 중에도 난 ‘하나님이 왜 나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하셨을까’ ‘내가 경험한 억류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억류 3일째 되던 날 주님께서는 “이 일을 통해 내가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너의 모든 염려 공포를 맡기라.내가 구원자가 되겠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2400만명의 북한동포를 잊지 않고 계신다. 내가 북한에 억류된 동안 주님은 “내가 너를 잊지 않았듯이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현재 나는 탈북자 정착 및 탈북 자녀지원을 위한 북한 인권운동 단체 서빙라이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갇힌 자, 억눌린 자, 잊혀진 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약력=△1968년 서울 출생 △미국 오리건대학 졸업 △ 미국 커버넌트 신학대학원 졸업 △네이션스 투어스 설립 △ 현재 서빙라이프 공동대표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 선교사를 테러리스트로 몰아… 그래도 北 위해 기도
석방 6일 만에 숨진 웜비어 안타까워… 거대한 감옥에 사는 北 주민 기억해야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1> 선교사를 테러리스트로 몰아… 그래도 北 위해 기도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719/201707190004_23110923784796_1.jpg)
케네스 배 서빙라이프 공동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시간을 회고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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