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국 하와이 코나에서 YWAM사역을 시작했다. 그해 11월 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L선교사를 만나기 위해 중국 단둥으로 갔다. 그곳에서 한 달 전 방문비자로 단둥에 온 한 북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L선교사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말했다. 내가 만났을 때 예수님을 믿은 지 3주가 지나고 있었다. 원래 이 여인은 가난에 허덕이는 가족을 위해 중국에 돈을 벌려고 왔다. 하지만 그녀는 돈 대신 예수님을 얻었다며 예수님이야말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전부라고 말했다.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은 나는 기도를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아닙네다. 저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마시라요. 저는 이미 예수님을 만났잖습네까. 대신 조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라요. 그들도 진짜 하나님을 알아야 하잖습네까.”
가슴이 뭉클했다. L선교사는 또다른 북한 사람을 소개시켜 줬다. 50대 중반의 남자는 두 아이와 아내를 북한에 두고 일거리를 찾아 중국에 왔지만 건강문제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역시 L선교사에게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전에는 소망이 없었는데 이제는 살 소망이 생겼습네다. 이제는 하루하루를 기대감으로 살고 있습네다.”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아내와 자식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자신도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런 고백을 할 수 있다니. 예수님을 만난 후 전에 없던 소망이 생긴 것이다. 이들의 놀라운 이야기에 흠뻑 취해 있는데, 불쑥 L선교사가 북한을 가까이서 보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이튿날 해가 진 후 몇몇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압록강으로 합류되는 13∼14m 폭의 작은 시내를 건넜다. 중국인 안내인은 약 10분간 강가를 따라 배를 몰다가 뱃머리를 북한 땅 쪽으로 대고 누군가를 불렀다. 어둠 속에서 아주 앳된 북한 병사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깡마른 몸이었지만 키가 꽤 컸다. 그는 우리에게 기관총을 겨눴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한국어로 말했다. 그러자 병사는 “돈 좀 있습네까”라고 물었다. 기관총을 겨눈 사람이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을 주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돈은 없습니다. 대신 이걸 좀 가지고 왔습니다”라며 간식이 든 자루 하나를 건넸다. 병사는 자루 안을 재빨리 훑어보더니 “고맙습네다”라고 말한 후 이내 자루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병사의 뒷모습을 보는데, 문득 하나님의 음성이 종소리처럼 내 안에 퍼졌다.
“저 어린 병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담배도 아니다. 바로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예수가 필요하다.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내 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드렸다.
“주님 북한을 외부 세상과 연결시키는 다리로 저를 사용하길 원하신다면 저를 사용해주십시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2006년 문화교류업체를 세우기 위해 중국 다롄으로 갔다. 나중에는 압록강 바로 건너편에 있는 단둥으로 회사를 이전했고 호텔업과 여행업을 겸하는 ‘네이션스투어스’를 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2009년 단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3> 압록강서 뱃머리 북한 땅 쪽 대니 총든 군인 나와
돈 대신 간식 든 자루 하나 건넬 때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예수” 음성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3> 압록강서 뱃머리 북한 땅 쪽 대니 총든 군인 나와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721/201707210005_23110923786131_1.jpg)
2012년 여름, 북한 라진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했다. 뒷줄 오른쪽 끝이 케네스 배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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