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운영본부를 중국 다롄에서 단둥으로 옮겼다. 다롄에서 기적적으로 선교훈련 장소를 마련해 주신 하나님은 단둥에서 훨씬 더 큰 기적을 보여주셨다. 이번엔 집이 아니라 아예 호텔 전체를 DTS (Discipleship Training School : 예수제자훈련학교) 장소로 주셨다.
내가 처음 나진에 갔을 때가 2010년 9월말이었다. 그때 마침 외국인들을 위한 특별관광을 실시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 중국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은 있었지만, 서방 사람들을 위한 관광은 없었다. 서방 사람들을 북한 땅에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 열린 것이다. 내가 첫 번째로 그 일을 하게 됐다. 대한민국 여권을 제외한 모든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다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하나님은 내가 북한과 세상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 문화교류관광을 위해 2010년에 세운 네이션스 투어스를 통해 300명의 관광객에게 북한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 아울러 북한주민들의 안타까운 실상을 보여 주었다. 23번 정도 우리 단체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을 들어가고 나가고 했다. 그 중에 내가 18번을 직접 인솔했다.
2012년 11월 3일 18번째 방북이었다. 나를 포함해 일행 6명은 단둥에서 열차로 옌지(延吉)까지 갔고, 다음 날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오전 10시쯤 북한의 나진·선봉 세관을 통과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새 노트북을 장만하면서 이전 컴퓨터 자료를 옮기려고 가지고 갔던 컴퓨터 외장하드 드라이브를 실수로 반입한 것이 문제가 됐다. 새벽에 서두르면서 노트북은 호텔에 맡겼는데 외장하드는 그냥 잊은 채 서류가방에 들어있는 상태로 국경을 넘은 것이다. 그 안에는 서방 언론에서 만든 북한 취재 동영상 다큐멘터리들이 들어 있었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사역했던 모든 보고서, 선교편지, 사진, 동영상들이 있었다.
“당신이 배 선생이요? 차에 타시오.”
호텔 앞에 멈춘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50대 남자가 내 앞을 가로 막고 물었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정해진 나흘간의 방문 일정이 끝나기 전에 정부 관리가 찾아올 것은 예감하고 있었다.
나를 태운 자동차는 해안 근처 산비탈 안쪽으로 쑥 들어가 있는 비파 호텔 주차장에 들어섰다. 3개동으로 이루어진 그곳은 호텔보다 기숙사에 더 가까웠다. 한 객실로 안내됐다. 안내인은 “바지를 벗으시오”라고 말했다. 방안은 냉동고 안에 들어온 것처럼 추웠다. 바지를 내리고 방 한가운데 서서 오들오들 떨었다. 진짜 추위 때문이었는지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잘 몰랐다.
“선생처럼 조선에 여러 번 초대를 받은 사람이 왜 그런 불온한 자료들을 갖고 왔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뭘 하려고 했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전까지는 우리와 함께 있어야겠소.”
관리인이 말한 ‘불온한 자료’들이란 내가 실수로 갖고 들어온 외장하드를 지칭했다. 세관원들은 내 외장하드의 파일을 열어 6년간의 중국 사역과 2년간의 북한 사역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발견했다. 하지만 모든 기록이 영어로 돼있어서 내용을 금방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기에는 중국과 북한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교사들의 사진을 포함해 8000개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 클립이 들어 있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5> 실수로 北에 가져간 외장하드엔 각종 선교자료가…
2010년 중국서 북한관광 전문회사 열어, 18번째 방북서 사달… “불온한 자료” 추궁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5> 실수로 北에 가져간 외장하드엔 각종 선교자료가…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7/0725/201707250002_23110923787882_1.jpg)
지난 3월 서빙라이프 공동대표 취임식에서 이사진과 포옹하고 있는 케네스 배 선교사(오른쪽 두 번째). 서빙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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