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6> 北 심문 앞두고 “주님, 어디 계신가요” 기도 매달려

열려라 에바다 2017. 7. 26. 11:31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6> 北 심문 앞두고 “주님, 어디 계신가요” 기도 매달려

억류 3일째, 추위로 떨던 몸에 온기가… “너는 혼자가 아니다” 음성 듣고 용기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6> 北 심문 앞두고 “주님, 어디 계신가요” 기도 매달려 기사의 사진
지난 3월 지구촌교회에서 열린 ‘원코리아연합기도회’에서 간증하는 케네스 배 선교사. 케네스 배 제공

부장으로 불리는 사내는 내일부터 심문이 시작될 거라고 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춥기도 했지만 중국인 비서 스트림과 내가 인솔해 온 4명의 관광객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나의 어리석은 실수 때문에 여기 갇혀 있진 않을까.’ 또 아이들과 아내가 생각났다. ‘가족들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텐데….’ 내 번민은 기도로 변했다.

“주님! 도와주세요. 언제나 저를 도와주셨던 주님. 지난 6년 동안 중국에서 선교하는 내내 저를 보호해 주셨던 주님, 이 길을 걷는 제 발걸음 하나하나를 인도하셨던 주님, 지금은 어디 계신가요.”

억류 3일째였다. 추위에 벌벌 떠는데 갑자기 왼손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금가루 같은 것이 반짝거렸다. 그러더니 온기가 왼팔 전체로 퍼져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어느 순간 주님의 음성이 똑똑히 들렸다.

“성령이 너의 손을 붙잡고 계신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성령이 네 옆에 서서 네 손을 붙잡고 계신다. 그러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라. 아무도 너를 해칠 수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너를 통해 말할 것이다. 결코 너를 떠나지 않으리라. 아무도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진실만을 말해라.”

하나님의 영이 나의 영을 향해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주님이 함께 계시는데 무엇을 두려워 하리요. 나의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도 잊어버리시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난 하나님을 마음속으로 찬양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하나님을 볼 수 없었지만 그분의 팔이 나를 감싸고 있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4일째 심문을 하러 온 조사관 ‘미스터 박’은 그날 아침 내가 이끌던 여행팀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 걱정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저는 선교사이자 목사입니다. 제가 관광객을 이 나라에 데려온 것은 하나님을 예배하고 조선 인민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저희 여행사는 제 선교 사역의 전초기지입니다. 이것이 제 정체이고 제가 해온 일의 실체입니다.”

“왜 이런 일을 하나.”

“한때는 이 조선 전체가 주님을 향한 예배의 열정으로 불타올랐습니다. 신자들을 데려와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기도하고 예배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공화국 인민이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할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모든 일을 비밀리에 추진해 왔다. 이런 방식으로 활동하는 선교사는 내가 처음도 아니고 유일하지도 않다. 빵집이나 국수공장, 봉제공장 같은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한다. 이런 회사들은 북한 주민에게 부족한 일용품과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행동을 통해 복음을 보여준다. 내가 선교사라고 말하자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미스터 박은 걸려들었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북한정부 입장에선 선교사는 곧 테러리스트요, 다른 나라에 침투해 사회를 분열시키는 CIA(미 중앙정보국)의 공작원이다. 선교사가 임무를 마치면 CIA가 합법 정부를 전복시키고 미국이 통제하는 꼭두각시로 세운다는 것이 북한정부의 논리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