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7> “공화국 헌법 60조를 어긴 죄, 당신은 사형이야”

열려라 에바다 2017. 7. 27. 08:24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7> “공화국 헌법 60조를 어긴 죄, 당신은 사형이야”

“여리고성처럼 조선 무너뜨리려는 것” 北 조사관, 성경 속 이야기 알고 격분

 

[역경의 열매] 케네스 배 <7> “공화국 헌법 60조를 어긴 죄, 당신은 사형이야” 기사의 사진
케네스 배 선교사가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에서 열린 북한선교 박람회에서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서빙라이프 제공

그들은 내가 국가전복 음모를 꾀했다고 했다. “어떻게 선교사인 내가 국가전복 음모를 꾀했을 수 있었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기도와 예배를 통해 우리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고 했다.

나는 “아니, 하나님도 안 믿으시는데 어떻게 기도의 힘을 믿으십니까. 우리 믿는 사람보다 더 믿음이 좋으십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들이 잘 되라고 기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망하라고 기도했을 테니 결국 국가전복 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북한사람 한 명이 1년간 선교팀에서 제자훈련을 받고 선교학교, 성경학교에 참여했다. 이 사람이 북한에 돌아가 고아원을 세우려고 했는데, 그 일도 국가전복 음모와 상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고아원을 세워 시간이 지나면 열 명의 아이들이 믿을 것이고, 이후 열명 백명 만명이 돼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 거라는 억지였다.

박 조사관이 나간 후 또 다른 관리인이 내게 물었다. “한 가지 묻겠어. 하나님이란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예수란 사람은 처음 듣소. 말해 보라. 예수는 어느 마을에 사나. 조선에 사는가, 중국에 사는가.”

농담인가 싶어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그는 예수님이 어디에 살고 내가 무엇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에 관해 전하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했다. 내가 막 답을 하려는 찰라 박 조사관이 돌아왔다.

그는 종이를 던지듯 놓고 “진실을 쓰란 말이야, 진실을. 어서 쓰라”고 윽박질렀다. 똑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며칠 내내 나는 하나님에 관해 썼고 그때마다 그는 누가 나를 중국과 북한으로 보냈는지 말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여리고가 뭐야.”

어느 날 아침, 그가 내 방으로 들이닥쳐 물었다. 외장하드가 내 서류가방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런 순간이 올까 두려워했는데 결국 오고야 말았다.

“여리고는 성경에 나오는 도시입니다.”

“이 성경책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정확히 써. 여리고성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직접 읽어봐야겠어.”

체포된 후 내 성경책을 처음 봤다. 여호수아 6장을 펼쳐 처음 스무 절을 써내려갔다. 쓰기를 마치자 그는 종이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난생 처음 성경을 읽었을 것이다. 그의 분노 수치가 올라가는 게 분명해 보였다. 마지막에는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커다란 유리 재떨이를 집어 나의 얼굴에 던지려 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실제로 재떨이가 날아오지는 않았다.

“우리 조선을 완전히 집어삼키려는 게 아닌가. 네 계획은 라선시를 정복하는 거지. 그다음은 뭐야 당연히 이 나라 전체를 차지하려는 거겠지.”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오해에요. 여호수아서가 고대의 전쟁을 묘사한 것은 맞지만 저는 단지 이스라엘 백성처럼 기도할 거라는 뜻에서 이름만 빌려왔을 뿐입니다.”

그는 내 외장하드에 있는 문서를 읽었기에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당신은 우리 헌법 60조를 어겼소. 이건 아주 중대한 범죄야. 아마도 이 나라에서 가장 중죄일 거야. 헌법 60조를 어긴 벌이 뭔지 아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답이 돌아왔다. “사형이야.”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