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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결혼하는 ‘레드삭스’ 전 멤버 주은 “신랑은 목사님”

열려라 에바다 2011. 10. 27. 20:48

11월 결혼하는 ‘레드삭스’ 전 멤버 주은 “신랑은 목사님”

걸 그룹 출신 여배우가 목사랑 결혼한다는 소식은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유행가를 부르며 춤추던 여자가 교리를 설파하는 성직자의 아내가 된다는 말이었다.

“아빠가 사업을 하다가 늦게 신학을 하셨어요. 교회 개척한 지 4년차인데 사람이 부족해서 제가 찬양(복음성가) 인도를 다 했어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까 아빠가 형 동생으로 지내던 신학교 동기 목사님한테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그 목사님이랑 같이 찬양하면서 눈이 맞은 거죠.”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주은(32·본명 권주은)은 신랑을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2005년 결성된 여성 5인조 ‘레드삭스’ 멤버였다. 데뷔 3개월 만에 가장 먼저 탈퇴했다. 이후 섹시 화보를 찍었고 ‘제빵왕 김탁구’ 등 TV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영화 ‘써니’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남매인 걸 알고 충격 받는 막장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짧게 등장했다.

“저는 신앙이 중요한데 기독교인을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 사람한텐 매력을 못 느꼈고요. 그런데 목사님 보면서 ‘내가 목사랑도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첫눈에 반했습니까.

“현실적 부담이 컸기 때문에 애써 부인했어요. 엄마는 보자마자 ‘사위 삼고 싶다’고 그러셨어요. 저는 완전 팔짝 뛰었죠. 말도 안 된다고. 그랬는데, 자연스럽게….”

-목사님이 연하라면서요.

“저보다 한 살 어린데 저를 어리게 봤나 봐요. 보자마자 반말하더라고요. 기분 상했죠. 목사님이니까 봐 드렸어요. 지금은 기분 나쁘면 ‘너’라고 해요.”

-총각도 목사가 될 수 있나요.

“목사 안수를 2년 전에 받았어요. 원래 결혼 안 하면 안 준대요. 그래서 결혼하겠다고 각서 썼대요. 교단에선 그쪽 아버님도 목사님이시니까 믿고 안수 줬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그리 급했답니까.

“어려서부터 꿈이 목사였대요. 어차피 할 거니까 하루라도 빨리 하자고 안수를 일찍 받았대요. 아버님이 ‘그냥 집사 장로로 교회 도와라. 왜 힘들게 목회를 하려느냐’면서 반대하셨는데도.”

신랑 서혜군(31)씨는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개혁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늦깎이 신학도인 주은의 아버지 권씨와 동기가 됐다. 주은을 처음 본 건 지난 6월 18일 권씨의 교회에서였다.

“창립 예배가 있었어요. 손님이 많아서 저는 못 보고 그분이 저를 봤죠. 그 다음 주에 아빠 부탁받고 오신 거예요. 한동안 말없이 찬양만 하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게 끊이지 않았어요.”

-피차 호감이 있었군요.

“좋긴 했지만 더 이상 진전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이 급한 분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더 하면 관계가 깊어질 것 같은 예감이 있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적으로 연락하는 건 그만하자’고 했더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다음 날 만나자더라고요.”

-자연스러운 감정을 왜 틀어막으려고 했습니까.

“목회자 사모가 된다는 건 전혀 생각도 안 했고, 특히 부모님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제 성품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딱 거절했어요. 목사님은 그런 절 보고 놓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냥 막 밀어붙이시더라고요.”

-만나니 마음이 변하던가요.

“되게 편하더라고요. 여태 누구한테도 할 수 없던 말까지 술술 나오는 거예요. 내가 왜 이러지,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제 얘길 자꾸 하고. 결혼 전제로 교제하자고 그날(7월 2일) 정했어요.”

이들은 첫 데이트를 기도원으로 갔다. 목사 서씨는 펑펑 울며 감사 기도를 했다고 주은은 말했다. 결혼식은 다음 달 19일이다.

“양가 부모님께 교제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열흘 만에 상견례를 하셨어요. 그때 ‘굳이 내년까지 갈 필요 있겠느냐. 그냥 올해 하자’고 돼 버린 거예요. 교회 학생들이 목사님한테 수능시험(11월 10일) 끝나고 해달라고 해서 그 주 토요일로 잡았어요. 예단 다 생략하고 커플링만 할 생각이에요.”

-연예인 결혼식인데 검소하군요.

“그렇게 돼 버렸어요. 나름 화려하고 멋있게 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거든요. 현실과 꿈의 괴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어요. 결혼식 앞두고 같이 기도했어요. 필요한 게 하나씩 해결되는 거예요. 감사하고 앞일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돈 많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기도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랬다면 이런 평안은 없었을 것 같아요. 제 성격상 더 가지려고 욕심 부리고 남들에게 더 뽐내려고 했을 거예요. 지금은 겸손하고 감사하게 돼요. 작은 거 하나에도 기뻐하게 되더라고요.”

-걸 그룹 출신과 목사의 조합은 어색한데요.

“그죠? 저도 그래요. 이게 뭔가 싶고. 꿈꾸나 싶을 정도예요. 친구들은 제가 목사님이랑 결혼한다니까 다 ‘대박’ ‘대박’ 이렇게 문자를 보내요. 그런데 교회 다니는 분들은 좋은 말을 많이 해주세요.”

-목사님이 교회 밖에선 어떤가요.

“똑같은 남자예요. 뭐랄까, 처음에는 저를 이해를 많이 해줬는데 간섭이 점점 심해지고. 이제 미니스커트도 못 입게 하고.”

-구속의 전조로 보이는군요.

“집에 가서 갈아입고 나온 적도 있어요. 그래도 사랑이 많아요. 애정표현 잘하고. 제가 잘 못하면 삐치기도 해요. 그럴 땐 제가 ‘목사답지 못하다.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죠. 목사님이라고 다 이해해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르다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고, 삐치는 빈도가 적다는 정도?”

-대판 싸운 적은.

“있죠. 목사님이랑 같이 있는데 제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해서 한 시간 동안 통화했어요. 목사님은 말없이 삐쳐 있더라고요. 저는 남자 삐치는 꼴을 못 봐요. 더구나 목사님이잖아요. 실망해서 ‘이렇게 못 살겠다. 결혼 못 하겠다’고까지 했죠. 그렇게 한 번 싸우고는 없어요.”

-싸움은 어떻게 끝났습니까.

“남편이 무릎 꿇고 빌었어요. 저는 주로 목사 무릎을 꿇게 해요(웃음). 그런데 죄송한 거예요. 제가 뭐라고 목사님 무릎을 꿇게 하나.”

-목사도 무릎 꿇을 때 있어야죠.

“그죠?”

주은은 화려했다. 이런 여자는 정숙함을 강요받는 목사 아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에 제가 ‘사모 싫다’고 했더니 목사님은 사모가 아니라 자기 아내를 원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갑자기 조신해지고 긴치마 입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목사님은 젊은 사람 대상으로 목회할 계획이에요. 저는 제 스타일대로 그들과 공감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목사 아내 힘들답니다. 걱정 안 됩니까.

그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되죠. 주로 경제적인 거. 누가 재력가랑 결혼했다고 하면 부럽기도 했거든요. 목사님 월급이 적더라고요. 제가 모델로 하루 알바(아르바이트)해도 버는 수준이에요. 그런 부분 때문에 혹시라도 제가 목사님 무시하지 않기를, 삶을 불평하지 않기를 굉장히 걱정하면서 기도하고 있어요.”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야기는 목사 신랑 예찬론으로 돌아왔다.

“전에 만났던 부유한 사람들은 ‘더 좋은 차 사려고, 사업체 늘리려고 돈을 번다’고 했어요. 저는 ‘이런 사람을 믿고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답답하고 두려웠어요. 목사님은 마음이 정말 부유해요. 이 사람이면 어떤 상황이라도 내가 이겨내고 평안히 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주은은 신랑과 상담목회대학원의 상담 자격증 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어머니가 “네 아빠가 여자 권사·집사 사이에 있으니까 은근히 질투나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여자들이 목사님한테 상담하러 와서 개인적인 얘기 하는 걸 상상해 보니까 이게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여자는 나한테 맡기고, 남자는 네가 하라는 거죠.”

-여자 연예인인데 결혼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하고 싶은데 못하다 보니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결혼하면 일도 잘될 것 같고 삶이 풍성해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결혼해서 좋을 게 있습니까.

“저를 섹시 코드로 보진 않을 거 아녜요? 연예 활동이랑 신앙이 안 맞아서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레드삭스도 탈퇴했고. 당시 생각엔 말도 안 되는 유행가 가사를 불러야 한다는 게 참 힘들었어요. 교회 중고등부 교사였거든요. 공연장에서 여고생 무리가 야밤에 교복 입고 와 있으면 너무 안쓰러운 거예요.”

섹시 화보에 대해 묻기 전에 주은이 말을 이었다.

“이것저것 하다가 화보 제의도 받았어요. 주어진 일은 다 하고 싶어서 흔쾌히 했는데 유독 노출이 심한 것만 나간 거예요. 그러니까 배역도 무슨 섹시녀, 누구 유혹하는 여자만 들어오고. 일을 가장해서 사적인 만남 가지려는 사람들 때문에도 너무 불편했어요. 빨리 아줌마가 되고 싶었어요.”

-결혼하고도 활동한다면서요.

“기회가 주어지면 하려고요.”

대화를 마치고 그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아름다운 결혼 예배가 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글 강창욱 기자·사진 김민회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