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고희(古稀)다. 동년배들이 거의 다 사회적으로 은퇴한 나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에게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지상명령을 주셨다. 지난 2월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중앙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임기 2년이다.
한국CBMC는 국내에 273개, 해외에 130개 지회를 둔 글로벌 조직이다. 크리스천 기업인과 전문인 75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젊어서 궁극의 진리를 탐구한답시고 방황했다. 어린 시절 너무 일찍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청소년기 반항 기질이 내 안에서 자라났고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결국엔 인간의 한계를 처절하게 맛봤고 세상 속을 부유하면서 살았다. 그 시절 나는 괴테의 파우스트 화신이라고 생각했었다.
결혼하고 뒤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불교철학으로 진리를 찾고자 했고, 사업의 길에 들어서도 술과 담배에 절어 살면서 하나님을 멀리했다.
고1 때 만난 아내는 25년간 나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고 아이들의 금식기도와 간구가 더해져 나를 주님 곁으로 인도했다. 마흔셋에 하나님을 만나는 지각생이 된 셈이다.
가족들 손에 이끌려 처음 간 기도원에서 나는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 불교철학과 파우스트를 통해 얻고자 했던 진리를 극적으로 체험했다. 그토록 갈구했던 것들을 ‘실로암의 눈먼 소경’ 이야기(요한복음 9장)를 통해 비로소 찾은 것이다.
거듭난 이후 나의 길은 오직 하나님을 향한 사역의 길로 바뀌었다. 마태복음 20장 ‘포도원의 품꾼’ 비유처럼 하나님은 오후 늦게 나타난 나를 똑같이 귀하게 써주셨다.
나는 30년 가까이 서울을 홈베이스로, 평양과 옌볜 베이징 상하이 우루무치(중국),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알마티(카자흐스탄), 이스탄불(터키) 등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자비량 선교사역을 위해 달려왔다. 코스타(KOSTA·해외유학생수련회)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외국인 학생들을 섬기는 국제학생회(ISF) 설립에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무엇보다 옌볜과학기술대와 평양과학기술대 설립과 운영에 참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눈을 떠 필생의 선교 비전으로 삼게 됐다.
나는 사역의 과정에서 먼저 무엇을 하겠다고 계획한 일이 없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하나님의 손길이 나를 그런 길로 인도하셨다. 돌이켜보면 암흑 속에서 방황하긴 했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갔다면 옌볜과기대와 평양과기대, 한반도와 동북아가 나의 사명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늦게 나타난 나를 품꾼으로 써주시고 먼저 온 자들과 동일한 품삯까지 챙겨주셨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나를 보고 사람들은 “나중 된 자 먼저 된다는 말씀이 실감 난다”고 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니 하나님께 영광 올리는 나의 사명에 중단이란 없다. “하나님, 제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정리=정재호 선임기자 jaehojeong@kmib.co.kr
약력=△1948년 경북 청도 출생 △동국대(학사), 동국대대학원(석사), 중국옌볜대학(석사), 중국중앙민족대학(박사) 졸업 △옌볜과기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역임 △반도이앤씨 회장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한국기독실업인회 중앙회장 △온누리교회 장로
[역경의 열매] 이승율 <1> 방황 끝에 만난 하나님… 오직 선교의 길로
이승율 장로가 지난 2월 한국CBMC 중앙회장에 선출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승율 장로가 지난 2월 한국CBMC 회장에 선출된 뒤 두상달 직전 회장에게서 깃발을 건네받아 힘차게 흔들고 있는 모습. 한국CB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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