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웨슬리신학대학에 입학했다. “디울프 교수가 스카우트한 한국인 학생이래.” “펜타곤에서 적극 지원해 주는 학생이라는군.” 학교에는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높은 기대치만큼 부담도 컸다.
수업에 들어가면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밤새 예습했지만 미국 교수들의 말은 너무 빨랐다. 강의 녹음을 반복해 들으며 노트를 정리했다.
당시 하루 4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빵 하나로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립고 보고 싶었다. 고독감이 밀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더더욱 기도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 안에 요한 웨슬리가 말을 타고 앉아 성경을 보고 있는 동상이 있었다. 나는 밤 12시만 되면 담요를 들고 그 동상을 찾았다. “하나님, 저 요한 웨슬리처럼 세계를 나의 교구로 삼게 해 주십시오. 신학과 신앙의 조화를 이루고,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종으로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그 아래에 담요를 깔고 앉아 기도할 때면 마치 웨슬리가 탄 말에서 지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지금도 웨슬리신학대학에 가면 학교 관계자가 웨슬리 동상 앞에서 “이곳이 비숍 킴이 기도하던 자리”라고 소개한다고 한다.
밤 12시 기도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오전 6시에 혼자 드리는 새벽기도회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혼자 새벽에 기도하는 것을 보고 따라 나오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 새벽기도회는 정착돼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신학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과목은 목회 클리닉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현대인이 처한 현존 상태가 ‘아픔’이라는 것, 따라서 ‘전인적 치유’라는 주제가 목회에서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대인은 거미줄같이 얽힌 관계 안에 있으며 그 복잡한 관계 안에서는 정신적 피폐와 질병, 근본적 고독감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목회는 영성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정서, 지성, 심지어는 육체까지 터치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 도구와 과학의 성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 수용해 현대인의 감성과 정서, 마음과 영성, 그리고 육체적 부분까지 전인적으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웨슬리신학대학에서 접하게 된 임상목회는 이처럼 나의 목회의 중요한 모티브를 형성시켜 줬다. 나중에 풀러신학대학에서 교회성장학을 공부할 때, 교회성장학을 치유의 신학으로 확장하고 융합하려 한 계기도 이때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아들인 김정운 교수가 신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심리학 분야를 권면했던 것도 이 같은 생각에서였다.
웨슬리신학대학에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는 디울프 교수였다. 그는 감리교의 신학을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조직신학자이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적 멘토였다. 그는 조직신학의 동향이나 신학을 하는 방법론을 배우고 익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내게 설교학의 새로운 차원을 눈뜨게 해 준 사람은 에머슨 파스딕이다. 파스딕의 설교집은 나를 매료시켰다.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력, 풍부한 예화와 설득력 등 그의 설교는 신앙인에 그치지 않고 일반인까지 공감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선도 <23> 美 신학대서 새벽기도 시작하자 사람들 따라 나와
유학 중 다양한 교수에게 영향 받아 ‘전인적 돌봄’ 목회 모티브 형성
1969년 미국 웨슬리신학대 유학 시절 미 해군 군목과 함께한 김선도 서울 광림교회 원로목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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