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읽는 성서 및 성경 공부

“이슬람의 땅 사우디도 성경의 무대였다”

열려라 에바다 2020. 2. 4. 08:00

“이슬람의 땅 사우디도 성경의 무대였다”

관광 길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성서지리원 홍순화 원장 답사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 창설 이전까지 성경 시대의 땅이었다. 또다른 시내산 추정지로 알려진 ‘라우즈산’ 전경.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 엄격한 이슬람 계율을 고수하던 사우디 정부가 전 세계 49개국 국민에 대해 관광비자의 빗장을 풀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에는 이슬람 유적지만 있는 게 아니다. 고대 구약시대와 초기 기독교인, 유대인들이 살던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사우디는 ‘성경의 땅’이기도 하다. 성지순례 애호가들은 사우디를 ‘넥스트’ 성지순례지로 주목한다. 지난 26일(현지시간)엔 이스라엘이 자국민의 사우디 여행을 허용했다. 앙숙이었던 유대 국가와 이슬람 종주국 사이의 거리가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이다.

한국에서도 관광비자 발급 이후 처음으로 홍순화 한국성서지리연구원장이 사우디의 성경 땅을 직접 다녀왔다. 사우디의 성지로는 미디안 드단 데마 두마를 비롯해 또 다른 시내산 추정지로 알려진 라우즈산 등이 있다. 홍 원장은 자동차로 3000㎞를 달려 미디안 이드로 마을과 모세의 우물이 있다는 ‘알 바드’, 라우즈산 두마 데마 드단 등을 찾았다. 사우디의 성지를 둘러보는 법은 제다에서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 타북까지 비행기로 와서 자동차를 타는 방법, 요르단 아카바 국경을 통과해 육로로 이동하는 경로 등이 있다.

홍순화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원장이 최근 사우디를 방문해 라우즈산 인근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서있다.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홍 원장은 “사우디 정부가 관광을 장려하는 드단 일대 정도만 관광 인프라가 조성돼 있었다”며 “나머지 지역은 아직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 원장의 답사는 유튜브 성지전문방송 바이블랜드TV(BiblelandTV, 사장 우기식 목사)에서도 볼 수 있다.

미디안은 ‘마디안’이란 지명으로 남아있다. 모세가 바로를 피해 도망갔던 곳으로 사우디의 북서쪽에 해당한다. 미디안은 아브라함의 또 다른 아내인 그두라의 아들 중 한 명의 이름이었다. 창세기 25장에는 미디안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요셉을 이집트에 노예로 판 사람들은 미디안 상인이었다. 모세는 미디안에서 40년간 양떼를 쳤고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딸과 결혼했다. 이드로는 모세에게 천부장 백부장 등의 조직을 소개해 모세 1인에게 쏠린 책임을 배분했다. 미디안 지역은 사우디 고고학팀에 의해 조사가 이뤄졌다. 사우디 정부가 발간한 책자에서는 알 바드가 이드로의 고향이라 설명한다. 알 바드에는 모세의 우물이라 불리는 곳과 이드로 집터 추정 유적이 남아 있다.

미디안 지역 알 바드의 ‘모세의 우물’.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데마는 ‘테이마’와 같은 곳이다. 교통의 요지로 아카바만에서 남동쪽으로 400㎞ 떨어진 오아시스 성읍이다. 성경 욥기에서 욥이 엘리바스의 말을 반박했던 곳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아라비아에 대한 경고에서 데마 사람들에게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도피하는 사람을 영접하라고 언급했다.(사 21:14) 예레미야 선지자는 모든 나라에 내리는 하나님의 진노 술잔을 받을 나라 목록에 데마 드단 부스를 함께 기록했다.(렘 25:23) 데마는 바벨론과 페르시아제국에 의해 정복됐고 고대 아랍제국인 나바테아왕국의 거점도시였다. 이슬람교 발생 이전까지 유대인들이 데마를 비롯해 카이바르 메디나 사바 등지에서 기독교인과 살았다. 데마에서는 원시 히브리어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두마의 ‘마리드 성’ 모습. 한국성서지리연구원 제공

두마는 ‘두맛 알 잔달’로 불린다. 원래 이스마엘의 아들 이름으로 두마 자손들이 사는 땅을 가리킨다.(창 25:14, 대상 1:30) 아카바만에서 동쪽으로 470㎞ 떨어져 있으며 아라비아반도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역을 연결하는 오아시스 도시이다. 현재 나바테아왕국 때 건축된 마리드 성 유적이 남아있다. 마리드 성채 인근엔 사우디의 마지막 교회터 유적도 있다. 마리드 성은 현재 사우디 정부에 의해 복원 작업에 들어갔고 성안에 카페와 전통식당 등을 조성 중이다.

드단은 사우디의 오아시스 도시인 ‘알 울라’이다. 예멘에서 옛 수리아와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길인 향료길이 지난다. 드단이란 이름은 함의 자손이며 스바의 동생 드단(창 10:7, 대상 1:9)과 그두라가 낳은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욕산의 아들 드단(창 25:3, 대상 1:32)에서 유래했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전한 하나님의 진노 대상에 드단 역시 포함됐고 에돔이 받을 심판에도 포함돼 있다.(렘 49:8) 바벨론 포로기 이후 드단에도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했다.


라우즈산은 또 다른 시내산 추정지로 알려진 곳이다. 사우디 북서쪽에 위치하며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580m에 달한다. 1984년 미국의 탐험가 론 와이어트가 답사하면서 이곳을 시내산으로 추정했다. 라우즈산을 시내산으로 추측하는 근거는 이 지역이 모세가 피신한 미디안 땅이라는 점, 그리고 사도 바울이 시내산은 아라비아에 있다고 기록했다는 점 등이다.(갈 4:25)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대 아라비아 지역은 지금의 요르단 등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하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라우즈산에서 발견된 암소 그림 암각화도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당시 만든 금송아지 제단이 아니라 비잔틴시대나 이슬람 도래 이후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강후구 서울장신대(성서고고학) 교수는 “라우즈산 일대의 유물과 유적 중에 출애굽 당시와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