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시간
한국신학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정준 박사님(1914~1981)은 목사요 구약신학의 권위자였습니다. 목사가 된 지 3년째 되는 해 중증 폐결핵 선고를 받고 마산 결핵 요양소에 입소를 했습니다. 결핵요양소에서는 환자들을 여섯 등급으로 구분했는데, 김 목사님은 가장 심한 6급이어서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습니다. 시한부 인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누워서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그는 의사가 예고한 3개월은 세상의 시간일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언제 죽든 하나님의 시간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 변기통을 집어 주거나 음식을 먹여 주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나마 열심히 하며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의사들은 하루라도 더 살려면 힘을 아껴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하나님의 시간을 살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장 가가이서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의 죽음도 실감하며 살아가는 사이에 어느덧 의사가 말한 3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을 살아 낸 목사님은 기적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는 시한부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으로 살아가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 낸 것입니다.
변화를 기대합니다. 비록 그 변화가 불편하고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믿음으로 일상을 선물로 받을 때, 그 시간과 그 장소는 절대가 됩니다. 곧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전환하는 구원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홍석환의 ‘뜻밖의 선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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