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주택에서는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장인 A씨는 40대의 이중직 목회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계 안팎에 충격파를 던졌다. 기독교 자살예방단체에서는 ‘목회자 번아웃’(정신적·신체적 탈진) 예방과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등 코너에 몰린 목회자들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속마음 털어놓을 곳 없는 목회자
15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발표한 ‘우울장애 진단-자살 사망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자살 사망자(210명)가 진단에서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평균 4.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은 1년 이내에 목숨을 끊었다. 이는 목회자와 같은 성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형교회 목회자나 그 자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전해진 바 있다.
목회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등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악화된 목회 환경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성직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목회자들이 자신의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목된다. 경제적·정신적·관계적 갈등과 같은 내·외형적 요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노회 차원의 자살예방 교육 시급
안해용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국장은 “팬데믹 이후 중소형 교회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이 아픔을 공개할 경우 성도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목회 현장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상담을 받을 여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노회 내 목회자 모임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목회자들의 비밀이 보장되는 상담 지원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본부장은 “목회자들의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교단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자살예방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달부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번’ 통합 운영을 시작했다.
다음세대 마음관리도 발등의 불
자해·자살 시도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10, 20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교회의 공동체성 역할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이달 초 발표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살·자해를 시도해 응급실에 내원한 건수는 총 4만3268건이었다. 이 가운데 10대와 20대가 각각 7540건, 1만2432건으로 전체의 46%(1만9972건)를 차지했다.
심각한 건 10대와 20대 극단적 선택 시도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자해·자살을 시도한 10대는 2018년 인구 10만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간 68.9%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는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상승했다.
다음세대가 자해와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겪은 인간관계 단절과 극심한 취업난 등을 주로 꼽았다. 고민을 터놓을 상대가 없을뿐더러 학업과 취업 등의 실패로 위축된 심리 상태가 자해·자살 시도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교회, 다음세대 향한 영적 역할 가능
유경동 감리교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우리는 부모와 친구 등 구성원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고 관계 안에서 인간·생명개념·공동체성을 배운다”면서 “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종교시설을 넘어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과 동시에 다음세대가 영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김동규 기자 ykj@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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