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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배열 순서의 원리

열려라 에바다 2024. 12. 28. 09:49

구약배열 순서의 원리

원래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경은 ​‘3분법’의 원칙에 따라 순서가 배열되어 있다. 즉 ‘오경’, ‘예언서’, ‘성문서’의 순서이다.

 

‘성문서’(聖文書)란 오경과 예언서를 제외한 구약의 나머지 책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히브리어 원문성경에서 성문서는 ‘시편’에서 시작해서 ‘역대 하’로 끝이 난다. 즉, 구약 원문성경의 마지막 책은 ‘역대하’가 된다. 이러한 순서 배열은 우리가 읽고 있는 구약성경의 순서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기할 것이 있다. 그것은 구약 원문성경이 ‘예언서’를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기 예언서’와 ‘후기 예언서’이다. ‘전기 예언서’(Former Prophets)에 속하는 책들은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이렇게 6권의 책들이다. 이들 6권의 책들을 ‘예언서’로 분류하는 것은 우리들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책들은 이스라엘 역사에 관한 ‘역사서’이지 ‘예언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들 6권의 책을 분명히 ‘예언서’로 분류하고 ‘전기 예언서’라고 부르고 있다. ‘전기 예언서’와 대비되는 것은 ‘후기 예언서’(Latter Prophets)이다. ‘후기 예언서’는 ‘이사야’로부터 시작해서 ‘말라기’까지 이르는 15권의 예언서를 지칭한다. 이들을 예언서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문제는 ‘전기 예언서’이다. 왜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호수아’로부터 시작해서 ‘열왕기 하’까지 이르는 6권의 책을 ‘전기 예언서’라고 했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구약성경에 등장했던 예언자들은 ‘후기 예언서’에 수록된 예언자들만이 아니었다. 아모스, 호세아, 미가, 이사야 같은 예언자들이 활동하기 이전에 이미 수많은 예언자들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고 활동했다. ‘엘리야’, ‘엘리사’와 같은 위대한 예언자들도 있었다. 또 ‘사무엘’도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했고, 다윗 왕 때 활동했던 ‘나단’도 훌륭한 예언자였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아히야’, ‘미가야’도 확실히 예언자들이었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들이 전한 말씀이나 행적은 그들의 이름으로 된 책들로는 남아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엘리야서’나 ‘엘리사서’와 같은 책은 없다. 이들의 말씀과 행적은 역사서 안에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엘리야에 관한 기록은 열왕기상 17-21장에, 엘리사에 관한 것은 열왕기하 2-13장에 기록되어 있다. 즉, 엘리야, 엘리사를 비롯한 수많은 예언자들에 관한 기록이 구약의 역사서 안에서 발견된다. 이것이 바로 6권의 역사서를 ‘전기 예언서’라고 부르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로 이들 역사서를 기록하는 관점, 즉 사관(史觀)이 예언자들의 신학적 입장과 신앙을 반영하고 있다.​ 모든 역사책은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사관이 있다. 사관(史觀)이 없는 역사는 단순히 역사적 자료일 뿐 역사라고 부르기 어렵다. 어떤 사관에서 역사를 기술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역사적 사실도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질 수가 있다.

 

‘여호수아’로부터 ‘열왕기하’까지의 역사서는 예언자적 사관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바라보고 기술했다. 그러기에 이들 역사서에는 예언자들의 신학과 정신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것이 6권의 역사서를 ‘전기 예언서’라고 해서 ‘예언서’의 범주로 분류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미 전회에서 밝힌 대로 구약 원문(原文) 성경인 히브리어 성경은 3분법 원칙에 따라 ‘5경」, ‘예언서’, ‘성문서’ 순으로 순서가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읽고 있는 구약성경의 순서는 이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읽고 있는 구약성경은 ‘4분법’의 원칙에 따라 순서가 배치되어 있다. 구약성경 ‘4분법’에 따르면, 제일 먼저 ‘5경’이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3분법’의 경우와 동일하다. 어떤 배열원칙에 따르던 ‘5경’은 제일 먼저 배치될 만큼 구약성경의 핵심이 된다.

 

두 번째 부분은 ‘역사서’이다.​ ‘여호수아’로부터 시작해서 ‘역대 상·하’,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책이다. 이 책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래 바사(페르샤) 제국시대에 이르기까지 8백년이 넘는 긴 역사를 기록해 놓은 ‘역사서’이다.

 

다음 세 번째 부분은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이렇게 5권의 책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 5권의 책은 문학적 형태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시(詩)로써 쓰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들을 ‘시가서’(詩歌書)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이사야’로부터 ‘말라기’까지 이르는 ‘예언서’가 있다.​ 이렇게 4분법에 따른 구약성경은 ‘5경’,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의 순서로 배열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배열법은 언제부터, 어떻게 유래되었는가? 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서 주전

250년경(주전 3세기 중엽)으로 역사를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 때는 ‘희랍시대’였고, 희랍어가 공용으로 사용되던 시대였다. 이 때는 유대인들의 역사에서 보면, 유다 왕국이 멸망한 지 이미 3백년이 훨씬 지난 때였고, 유대인들은 나라 없는 백성들로서 여러 나라에 흩어져 고달픈 삶을 살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여러 곳에 흩어진 유대인들은(‘디아스포라’ 유대인) 그들의 언어였던 히브리어도 잃어버리고, 당시 국제 공통어였던 희랍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유대인들도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성경은 읽을 수가 없게 되었고, 희랍어로 번역해야 할 필요가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랍어로 구약을 번역하는 작업이 주전 3세기 중엽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이루어졌다. 이 도시는 그 이름이 보여주는 대로 ‘알렉산더’ 대왕이 애굽(이집트)을 정복하고, 지중해 해안에 건설한 항구도시였다. 이 곳은 번성하는 무역 중심 상업도시로 발전했고, 상업에 종사하던 많은 유대인들이 이 곳으로 몰려와 살게 되었고, 이들 유대인들이 주축이 되어 희랍어 번역 작업이 이루어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구약성경 번역작업 과정을 기술해 놓은 기록이 우리들에게 남아 있다. 그것은 ‘아리스테아스의 편지’(Letter of Aristeas)라는 소책자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이스라엘 12지파에서 6명씩 학자들이 선발되었고, 모두 72인이 알렉산드리아에 모여 72일 동안에 걸쳐 번역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이 희랍어로 번역된 구약성경을 ‘70인 역’ (Septuagint)라고 부르며, 최초의 구약 번역 성경으로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그런데 70인 역은 구약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4분법’이라는 새로운 원칙에 따라 구약책의 순서도 재배치했다. 오늘날 우리들이 읽고 있는 구약성경의 순서는 ‘70인 역’의 순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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