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이 된 ‘고독사’… 외로운 죽음 급증
[쿠키 사회]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 혼자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孤獨死)’ 인구가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고독사를 일컫는 ‘고도쿠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자신의 죽음조차 알리지 못하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남부민동의 한 건물 보일러실에서 50대 남성의 유골이 발견됐다. 바닥에 누운 상태로 발견된 김모(55)씨는 피부조직이 모두 부패해 뼈만 남은 상태였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건 6년 만이었다.
김씨의 방은 2006년 이후 시간이 멈췄다. 벽에 걸린 달력은 2006년 11월을 펼치고 있었다. 2007년 1월 김씨에게 배달된 우편물도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아 개봉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이웃들은 “2006년 이후 그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가정을 꾸리지 않았고, 2002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막노동을 하며 혼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과도 교류가 없었고, 다른 지역에 살던 누나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며 자신의 죽음조차 남들에게 알릴 수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지난 10일 부산 좌동에서도 30대 여성의 시신이 8개월 만에 발견됐다. 법원 집행관이 세입자 강제퇴거를 위해 김모(35·여)씨 집에 들어갔다가 백골 상태인 그를 발견했다. 김씨의 마지막을 함께한 것은 착화탄뿐이었다.
김씨가 남긴 마지막 메모에는 ‘건강 상태도 좋지 않고 빚 때문에 괴로운데 혼자 남겨져서 외롭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스무 살까지 새어머니와 살다 고교 졸업 후 독립했다. 이후 김씨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지난해 5월 남겨진 마지막 통화 내역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는 ‘고도쿠시’라고 불리는 독거 가구 사망자가 1980년대 이후 급속히 늘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전기·가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안부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고, 사회 관계망이 약해져 고독사 인구가 늘고 있다”며 “정서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이면 ‘혼자’라는 생각에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현황과 특성’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2년 기준 453만9000가구에 달해 전체의 25.3%를 차지했다. 네 가구 중 한 곳이 한 명이 사는 집이라는 것이다. 2000년 15.5%, 2010년 23.9%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202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진수 교수는 “그동안 고독사 원인을 ‘빈곤’에서만 접근했지만 정서적 고립이 더 심각하다”며 “고립됐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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